“부부 소설가, 우리는 왜 각각 소설을 쓰는가?”
부산일보 신춘문예 출신
이정임·임성용 작가 부부
북콘서트서 속사정 털어놔
“오늘 아침 일찍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잠이 깼다.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주차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 싸우기 시작했다. 한 명은 우산으로 찌르고 한 명은 우산으로 막았다. 우산을 창과 방패처럼 사용해 싸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우리가 사는 산복도로는 이야기를 발굴하기에는 참 좋은 동네다.” 이정임 작가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임성용 작가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집 인테리어를 직접 다 했다. 창문 섀시를 이중창으로 하지 않고 홑창으로 했는데, 이 작가가 소설 쓰는데 들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중창으로 했으면 소설을 못 썼을 것이다. 이렇게 10년 넘게 배려를 하고 있다.”
부산에서 유일한 부부 소설가가 ‘부부 소설가로 사는 법’을 털어놓았다. 2024 가을독서문화축제 행사의 하나로 21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우리는 우리를 키웁니다-부부의 세계, 소설가 편’이란 주제로 열린 이정임·임성용 작가의 북콘서트 장에서였다. 이들은 대학교 같은 과 선후배로 만나 연애를 10년 하고, 12년째 같이 살아가는 중이었다. 가족은 고양이 6마리와 옥상의 호박부터 수박까지 각종 식물들이다. 부부는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는 사실까지 닮았다. 이 작가가 2007년, 임 작가가 2018년이라 이날 대학 선배인 남편은 아내를 깍듯이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이 작가는 <손잡고 허밍>과 산문집 <산타가 쉬는 집>에 이어 올해 초 소설집 <도망자의 마을> 등을 냈다. 임 작가는 2021년에 나온 소설집 <기록자들> 한 권뿐이다. 다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이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나가는 시간을 빼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글을 쓰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임 작가는 어려서부터 몸에 익은 각종 수렵채집에 하루를 음악·체육·미술 시간으로 쪼개 쓰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그의 그림 솜씨는 공동 전시회를 두 번 했고, 판화 작품으로 <도망자의 마을> 표지를 삼았을 정도로 수준급이다(대체 소설은 언제 쓰는 것일까). 이 작가가 현실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쓰고, 임 작가는 더 큰 세계를 그리고 싶은 욕망으로 ‘구라(거짓말)’를 사랑했다. 부부는 세계관도, 글도, 라이프 스타일도 모두 달랐다.
부부 소설가의 수입이나 생활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궁금해했지만 역시나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가끔 원고료도 들어온다”는 임 작가의 대답이 되레 인상적이었다. 대체 소설이 무엇이길래? 이 작가에게 소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설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키우고 성장시킨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글쓰기는, 사람 구실 하기 좋은 일이라고 했다.
임 작가는 글을 쓰는 이유가 “자신의 실존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가늠하기 위해서”라고 어렵게 대답했다. 이 대목만 빼고 그의 이야기는 팔 할이 농담이라고 할 정도로 웃겼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은 찰나의 웃음 같은 것이다. 잠깐 웃을 수 있는 장면은 소설 속 인물, 작가, 독자를 살게 만든다”라고 부창부수했다.
독자들의 마지막 궁금증은 소설을 발표하기 전에 서로 보여주고 수정을 하는지 여부였다. 알고 보니 동료 소설가들조차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란다. 임 작가는 “부부지만 별개의 소설가이니 안 보여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소설 쓰기는 혼자의 몫이다. 도움을 원하지도 않는데 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다면 서로에게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부부 작가인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함께 썼다. 인생사 누가 알겠는가. 살다 보면 이들 부부가 소설을 같이 썼다는 기사를 읽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