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규제에 한풀 꺾인 가계부채, 증가세 주춤
5대 은행 이달 가계대출 2.7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주효
은행별 자체 억제 조치도 한몫
명절 효과 감안 신중론 제기도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다만 명절 연휴 효과가 뒤섞여 가계부채 안정세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 869억 원으로 8월 말(725조 3642억 원)보다 2조 7227억 원 늘었다.
이는 2020년 11월(+9조 4195억 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 폭(+9조 6259억 원)의 약 27% 수준이다. 한 달의 약 3분의 2가 지난 시점인 만큼 산술적으로는 현재 증가 속도대로라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많아야 약 4조 10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8월의 절반 이하(약 43%) 수준이고, 5개월 전인 4월(+4조 4346억 원)과 비슷한 증가 폭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뎌진 이유로 긴 연휴와 이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1주택 보유자의 수도권 주택구입자금까지 막은 은행 자체 가계대출 억제 조치 등을 꼽고 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국내 은행 16곳) DSR 단계별·만기(30년·40년)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에 따르면 2단계 규제 시행 후 은행별 한도가 작게는 4500만 원, 많게는 9300만 원가량 축소됐다. 이는 다른 대출이 없는 수도권 거주 연봉 1억 원인 금융 소비자가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협은행의 40년 만기 주담대 한도는 1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 8억 2150만 원이었지만 2단계 시행 이후 한도는 9300만 원 줄어든 7억 2850만 원으로 파악됐다. 40년 만기 주담대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6950만 원, KB국민은행이 6504만 원, 우리은행이 6480만 원, 하나은행이 5700만 원 각각 한도가 줄었다.
또 8월까지 이어진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9월 들어 다소 진정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수도권 아파트 값 급등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주일 사이 0.16% 올랐지만,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축소됐다.
다만 규제 시행뿐 아니라 추석 연휴로 영업일이 감소한 효과 등도 반영됐기 때문에 둔화 추세가 자리 잡을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도 커진 만큼 가계대출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0월이 아닌 11월에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장현상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달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가계대출 둔화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인하) 소수의견을 우선 내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뒤 11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