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만의 독보적인 스토리 담아내야 [북항을 ‘글로벌 핫플’로]
서광덕 국립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
부산 미래 된 북항 재개발 사업
지속적인 점검·보완 작업 필요
시민 참여 전담기구 설치 시급
일본의 한 중학생이 최근 며칠간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처음 한국에 왔다는데, 부산에서 보여줄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해수욕장이나 자갈치 수산물 시장과 같은 곳은 고베에도 있으니 별 감흥이 없을 테고, 역사 유적지는 한국을 잘 모르는 어린 학생이 좋아할지 의문이었다. 폭염으로 인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다. 부산만의 명소 곧 ‘글로벌 핫플’이 없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항 이후 부산은 발전을 거듭했고, 도시 경관 역시 많이 변했다. 도시 변화는 산업화에 의해 추동됐고, 그 이후 아파트로 대표되는 도시 재개발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부산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이뤄졌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이 뒤따랐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원도심과 북항을 묶는 ‘북항 재개발’이었다.
북항 재개발은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북항 재래부두 재개발 검토 지시’에 따라 검토가 이뤄졌고, 2006년 12월 마스트플랜이 세워졌다. 당시 노 대통령은 “시민이 슬리퍼를 신고 와서 가족들과 함께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친수형 시민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의 미래’가 됐다. 단지 북항만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시 전체를 디자인하는 일이 된 것이다. 그만큼 잘 준비해서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해야 한다.
이미 북항 재개발의 대체적인 계획은 수립됐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획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획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점검해 수정·보완하는 것이다. 즉 지자체의 주도하에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민관 전담기구의 설치가 절실하다. 실제 북항 재개발 초기인 2010년대 중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라운드테이블을 만들어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 참여형 북항 재개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발족한 〈부산일보〉와 국립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의 공동 취재단도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항만 재개발 사업을 진행한 여러 도시의 기획과 운영 방식을 보고, 북항에 맞는 형태를 고민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본의 요코하마나 고베, 대만의 타이난과 가오슝 그리고 싱가포르는 민관이 협력하는 도시 개발·재생의 방식으로 글로벌 핫플을 만들었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하며 시민과 방문객에게 재미와 감흥을 선사했다. 그 감흥은 겉으로 보이는 새롭고 신기한 것에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여기에 무엇을 담으려 했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서 더 큰 감흥을 느꼈다.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핫플 북항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북항은 마냥 새로운 것으로만 채워지는 곳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 장소만의 스토리, 역사 등을 절묘하게 담아낸 콘텐츠를 통해 감흥을 선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결국 ‘시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가고 싶은, 힐링이 되는 북항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