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안개 속에 눈을 떠라
여현일 iM증권 하단지점 과장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하는 콘서트가 다음 달 부산 KBS홀에서 열린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을 만나는 일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만, 그럼에도 공연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위해 두 가수가 함께 부른 ‘안개’를 직접 듣고 싶어서다. ‘안개’는 정훈희의 데뷔곡으로 이후 송창식이 속한 트윈폴리오가 커버했고 시간이 흐른 뒤 박찬욱 감독의 요청에 듀엣으로 녹음한 곡이 영화에 삽입됐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배경부터 내용과 음악까지 모두 ‘안개’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노래 ‘안개’가 모티브가 된 영화라고 말하며 흐릿하고 뿌연 안개처럼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상태와 그 속에서도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요즘 주식시장도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듯한 형국이다. 워렌 버핏이 메일함에서 가장 먼저 찾아 읽는다는 투자 메모로 유명한 오크트리캐피탈의 하워드 막스 회장의 영상이 최근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How to Think About Risk)’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그는 단순히 수익만으로는 투자자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리스크가 투자자의 능력을 시험한다고 강조한다.
하워드 막스는 투자와 리스크관리를 설명하는 최고의 모델로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든다. 연말이 되었을 때 한 해 동안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초부터 보험을 들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거다. 우리는 특정한 해의 사고 여부와는 관계없이 안정감을 이유로 보험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는 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달 출간한 사진집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을 통해 ‘헤어질 결심’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재차 설명한다. 안개가 뿌옇게 끼어서 시야가 흐릿할 때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보이지 않는 뭔가를 열심히 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모호함’이 좋은 예술의 조건이라 여겨 제작사의 이름을 모호필름으로 짓기도 했다.
‘모호함’은 주식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노래 ‘안개’에는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멈추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도 안개가 뿌옇게 낀 것처럼 주식시장이 흐릿하게 보일 때일수록 눈을 똑바로 뜨고 보이지 않는 리스크에 대해 고민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