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코스피, 연말에 누가 웃을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비트코인, 올해 수익률 30%대 '수확'
코스피는 -5.34%로 주요국 최하위권
연준 '빅컷'에도 코스피 0.7% 상승뿐
"미 대선 누가되든 가상자산 우상향"

코스피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2거래일간 0.7%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2거래일간 0.7%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과 코스피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비트코인이 압승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비트코인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4년 6개월 만에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비트코인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국내 증시는 야박한 평가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위험자산으로 함께 분류되는 비트코인 가격과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전날 오후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며 8491만 원까지 상승했다. 최저가 7995만 원 대비 이틀간 6% 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이틀간 0.7% 상승에 그쳤다. 이는 비트코인 상승률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뉴욕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강세로 마감했다는 점에서도 미미한 상승 폭이다. 뉴욕증시는 빅컷 발표 하루 뒤인 19일(현지시간) 뒤늦게 낙관론이 퍼지며 주가지수가 일제히 치솟았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첫 종가 기준 4만 2000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5700선을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2.51% 상승했다.

올해 초부터 상승률을 비교해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비트코인(달러 기준)이 30%대로 재테크 투자처 중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 해당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4만 4184.37달러(한화 약 5888만 원)에서 5만 7643.25달러(약 7680만 원)로 30.46%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5.34% 하락했다. 이는 G20 국가 주요 지수 중 러시아(-15%), 멕시코(-10.79%), 중국(-7.14%)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S&P500·16.44%), 인도(12.80%), 일본(6.44%), EU(5.35%) 등과 비교하면 부진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반감기 △11월 미국 대선 등 다양한 이벤트로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풍부했지만, 코스피는 별다른 호재 없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두 위험자산에 대한 온도 차이도 극명하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막대한 유동 자금이 위험자산에 유입돼 호재로 인식됐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해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이후 관건은 현재 경기 상황이 침체로 가느냐, 연착륙으로 가느냐가 될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경기에 대한 불신, 침체에 대한 공포 심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 경기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은 경기침체 징후가 없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을 우선 따라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유동성을 좌우하는 경기침체 공포는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모두 폭락했던 지난달 ‘블랙 먼데이’의 발단도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미 경기침체의 대체 수단으로 떠오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고객들이 미국 부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통 자산이 대처할 수 없는 리스크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도 “비트코인은 지속 불가능한 재정 정책과 통화정책에 대한 헤지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 지지율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이 우세할 경우, 비트코인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 후보 모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호재란 전망도 새롭게 나왔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미국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방향성은 일관될 것”이라며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상자산은 규제 체계 속에서 완만한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트럼프 후보는 국가부채의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검토 중이며 연준 준비자산으로도 비트코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