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중동… “레바논 떠나라” 미국, 자국민에 권고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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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남부 지역 총공습
헤즈볼라도 미사일·로켓 발사
‘삐삐 폭발’ 이후 충돌 격화
국무부 “출국 불가능할 수도”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자우타르 마을 외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자우타르 마을 외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중동 확전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 시민들에게 상업적 선택지가 남아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며 “현재로서는 상업용 항공편 이용이 가능하지만 수용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안보 상황이 악화할 경우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출국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 국경, 난민촌 인근 지역에 있는 자국민에게도 즉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 17~18일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의 동시다발 폭발이 연이틀 발생한 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헤즈볼라가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전날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끄는 이브라힘 아킬 등 주요 지휘관들을 제거했다. 헤즈볼라도 앞서 지난 19일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미 국무부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계속되는 분쟁이 예측 불가능하고 최근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양측 충돌이 이날까지도 계속되며 분위기는 악화일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포함한 약 290개 표적과 기타 군사 인프라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몇 시간 동안 헤즈볼라 목표물 약 110개를 연쇄적으로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국경을 넘어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감지했다며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수백 대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거센 공격에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복적인 공격에 대응해 미사일 수십기를 이스라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고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도시 하이파부터 레바논 국경까지 이르는 지역에 비상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 따라 이 지역 해변은 폐쇄되고 실외 모임은 30명, 실내 모임은 300명 이내로 인원이 각각 제한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으로 사상자는 연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이스라엘의 공격과 삐삐 등 통신장비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82명으로 집계됐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20일 베이루트 외곽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는 39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과 여성 7명이 포함돼 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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