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상상, 조형 언어로 표현하다
김승현·황승연 2인전, 29일까지
재미작가 키미킴 전, 28일까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상상, 나를 지탱하는 신념과 생각. 미래에 대한 기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이런 것들이 팍팍한 일상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조각, 설치 작품이 놀라운 건 작가의 손에 의해 보이지 않는 이것들이 조형 언어로 현실 속에 드러나게 하기 떄문인 듯하다.
부산 동구 초량로 낭만시간연구소에선 2명의 젊은 작가들이 ‘청년의 상상 속 행복과 과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조각 전시를 열고 있다. 제목부터 상상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조각으로 드러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드러냈다.
입구에 들어서서 보이는 공룡 조각은 황승연 작가의 작품이다. 황 작가는 여러 공룡 중에서도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공룡 아마르가 사우루스를 선택했다. 목에 튀어나온 기다란 돌기로 동종 개체들에게 위협을 하거나 과시를 했다고 추측되는 공룡이다. 작가는 공룡의 이런 특성에서 현대의 사람들이 손목시계, 자동차, 아파트 등 여러 사치품으로 자기 자신을 꾸며 과시하는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화려한 공룡 무늬, 반짝이는 돌기의 표현은 황 작가가 만들어낸 2024년판 아마르가 사우루스이지 않을까.
벽에 걸려있는 다채로운 색감의 작품은 김승현 작가 솜씨이다. 김 작가는 우리가 가진 행복했던 공간을 조형적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도형을 캔버스 삼아 일상과 기억 속 외적 요소들로 관객분들의 경험과 상상을 현실화시켜 보았다고 한다. 물론 일그러진 도형은 상상에만 존재하는 기호이며 실제 공간은 아니다.
두 청년 작가의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공통 고민을 담고 있다. 작품은 유쾌하고 메시지는 묵직하다. 29일까지 전시가 열린다.
부산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는 재미작가 키미 킴은 2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 리빈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한국 대학에서 섬유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칠공예 등을 배우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도자기를 전공한 후 뉴욕에 정착한 작가는 미국의 유명 백화점과 갤러리에서 꾸준히 전시를 열었다. 지난 2022년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열었고 이후 여러 아트페어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키미킴은 도자기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대표 작품이 도자기로 만들어진 샤넬백이다. 특유의 엠보싱 이미지를 살려낸 ‘도자기 샤넬 백’은 다양한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다. 번쩍거리는 금가루가 묻어있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하트 무늬도 있다. 이룰 수 없는 성취에 대해 갈망하는 현대인을 값비싼 명품백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낸다.
샤넬 백 시리즈가 소유의 욕망을 다룬다면 레고 시리즈는 예술 창작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레고 브릭을 도자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각자만의 예술 작품을 조합하도록 했다.
욕망을 담은 두 시리즈와 함께 키미킴의 또다른 연작인 웨이브 시리즈도 함께 전시된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바다에서 본 해조류 움직임을 그릇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잎을 손으로 붙어 해초가 움직이는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