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여론조사라면 당장" 보선 단일화 띄우고 지도부 지원전…반면 조용한 국힘
혁신당 류제성 단일화 제안에 첫 응답
김경지 “100% 여론조사로” 맞대응
중앙당 협상·지도부 지원 등 열기 후끈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방문 이후 차분
낮은 투표율 유리·대통령 부정 평가 등
여러 상황 고려해 전략적으로 판단한 듯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3주가량을 앞둔 23일 야권 단일화 방식에 대해 “100% 여론조사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며 조국혁신당과 이슈몰이에 나섰다. 여기다 민주당과 혁신당 지도부는 부산행에 오르며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당을 중심으로 지역 전력을 활용하며 ‘조용한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일보>에 혁신당 류제성 후보가 제안한 ‘배심원 투표’ 대신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진행하자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류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첫 반응이다. 김 후보는 “선거가 불과 약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며 “혁신당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간 답보 상태였던 두 사람의 단일화가 이번 제안을 통해 새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다 단일화 협상도 시당이 아닌 양당 중앙당이 직접 진행하는 상황이다. 양당 중앙당은 앞서 수위 높은 언사를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펼쳤지만 단일화 불발 땐 패배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물리적 시간을 감안해 오는 26~27일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결국 투표용지 인쇄일인 내달 7일 전날(6일)이 최종 데드라인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단일화를 고리 삼아 레이스 열기를 띄우고 있는 야권에서는 지도부도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부산 서동을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서고 다음 날(25일)에는 김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갖는다. 혁신당 조국 대표도 앞서 지난 17~18일 이틀간 부산에 머물며 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경우 본선 후보 선출 전인 지난 11일 한동훈 대표가 금정구에서 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서동을 찾은 이후 중앙당 차원의 유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 정가에 따르면 금정 당협 내 조직을 공고히 하는 전략을 세우고 수성에 나선 분위기다.
이처럼 여야의 선거 전략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투표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낮으면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통상 보궐선거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과 달리 평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하다. 결국 보수 진영이 굳이 선거판을 키워 진보에 유리한 판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운영 지지율도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선거전 이유 중 하나다. 금정의 경우 역대 9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8번 승리한 국민의힘 텃밭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조사(유무선 자동응답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부정 응답 비율은 55.9%로 긍정(39.8%)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선거전을 벌여 주민 관심도가 높아질 경우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국민의힘 중앙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거리 유세를 벌이며 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이로 인해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지며 김기현 체제는 막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한동훈 지도부는 이번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공천권을 시도당 위원장에 위임하는 등 거리두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0·16 재보궐선거 추천장 수여식을 가지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지원전을 펼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서 한 대표가 금정에서 격차 해소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진 것처럼 지역균형발전 등 거대 담론을 언급하는 형태로 측면 지원을 이어 나가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