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동훈 '독대' 요청 사실상 거부
용산 관계자 "이번 만찬은 상견례…독대는 별도로 협의"
독대 문제로 윤 대통령 외교성과 등 희석되는 것 우려
친윤계 "자신의 입지만 고려한 이미지 정치" 비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9월 24일)에 앞서 한동훈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데 대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사실상 독대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찬 전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별도 차담 가능성에도 "(만찬에서)현안 논의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찬은 당 지도부가 완성된 후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협의하겠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대와 관련한 부분은 당에도 전달됐을 것"이라며 "당정 간에 불협화음으로 해석하는 언론도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봐주면 된다.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번 만찬회동을 통해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과 외교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해야 하는데 자칫 독대 문제로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독대를 받아들일 경우 한 대표가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민감한 문제들 때문에 윤 대통령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관련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재검토,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 등에 대해 윤 대통령과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당정이 협력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지만 고려한 '이미지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23일 "독대의 가장 큰 목적은 중요 현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정리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것인데 만나기도 전에 독대 요청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독대를 한다고 해서 항상 이견이 조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대표가)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면서 '보여주기식 쇼'라고 폄하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