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 역사공원 27일 개장 앞두고 갈등 고조
진주시, 오는 27일 역사공원 준공식
갈등 이어지자 승효상 건축가 강연도
대책위 반발 계속…준공식까지 시위
경남 진주시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 역사공원 개장식이 오는 27일 열리는 가운데 공원지원시설인 ‘진주성 호국마루’와 관련한 시민단체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역사공원 설계자인 승효상 건축가가 직접 지역을 찾아 지원시설에 대한 설계 의도를 밝혔지만, 갈등 구도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3일 진주시에 따르면 오는 27일 진주성 앞 진주대첩 역사공원 현장에서 공원 준공식을 개최한다. 2007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17년여 만이다.
시 관계자는 “진주성은 1592년 10월 임진왜란 당시 승전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하지만 400여 년 세월이 지나면서 역사적 모습과 상징이 많이 희미해진 상태다. 역사공원이 완공되면 승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호국 의병정신에서 이어진 진주정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장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역사공원 내 지원시설 ‘진주성 호국마루’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호국마루가 콘크리트 흉물로, 진주성 성벽을 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호국마루가 진주성을 넘는 왜군의 형상이라며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정적 여론이 생기자, 진주시는 지난 20일, 건축계 거장이자 역사공원 설계자인 승효상 건축가를 직접 초청해 특강을 열기도 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이날 시 관계자와 시민, 경상국립대 건축학부생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공원과 호국마루 설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승 건축가는 “건축을 시작한 지 50년으로 매우 많은 건축물을 설계하고 만들었지만 ‘흉물’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러나 명예스러운 훈장이고,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계 시 땅의 ‘지문’을 읽은 뒤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추구했다”며 “세월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 시설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더욱더 중요한 장소로 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승 건축가는 이어 “땅속에 묻혀 있는 진주대첩 민관군 의병 등 나라를 지킨 역사적 진실을 땅 위에 살짝 드러내는 콘셉트 ‘일어나는 땅’ 개념으로 높이를 설정하고 각도를 조정해 이른바 풍경이 되게 설계했다”면서 “나아가 이것이 전체 공원을 관찰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쳐(경제활동 기반을 형성하는 시설·제도)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호국마루가 진주성을 넘는 왜군의 형상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일부 건축가들 역시 호국마루 철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 건축가는 “아직 완공도 되지 않았는데 철거해야 한다는 건 좀 성급한 것 같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니 시설을 활용해 보고 차후 문제가 있으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강 이후에도 진주대첩광장 흉물콘크리트철거 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반발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이러한 토론은 2년 전에 있어야 했다”며 “공공건축물을 다 만들어진 후에 그 설계 의도를 시민에게 가르치려는 강연회를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건축물의 설계자가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지 시민이 공공건축물 설계자로부터 교육받는 어처구니없는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오는 27일 준공식까지 철거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진주대첩 역사공원은 사업비 947억 원이 들어갔다. 대지면적 1만 9870㎡에 연면적 7081㎡ 규모로, 지하 1층은 149면의 주차장과 다용도 이용 시설, 지상은 역사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