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맛있고 따뜻한 밥 한 끼 봉사, 보람차고 뜻깊은 일이죠” 주효정 ‘우리돼지국밥’ 대표
부산 동구 초량동서 3대째 50년 영업
미대 출신으로 광고회사 다니다 승계
24시간 연중 무휴 국밥솥 계속 불피워
수년간 어르신 무료 식사·복지시설 후원
“주변 도움 필요한 사람과 함께 할 것”
“식당 운영을 하던 어머님이 갑자기 돌아가셔 당장 누군가가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날이 왔습니다. 직장 생활보다는 가게의 맥을 잇는 게 좋겠더라고요. 보통 가업을 이어 가려면 이전 세대에게 음식 만드는 법부터 가게 운영까지 노하우를 전수하게 마련인데, 저는 그럴 겨를이 없었죠. ‘3대째’라는 타이틀을 걸기 위해.”
부산 동구 초량동 ‘우리돼지국밥’을 이끄는 주효정 대표가 돼지국밥집을 시작한 사연이다.
‘우리돼지국밥’은 우리 가족이 즐기는 돼지국밥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가게 이름이다. 50년째 운영되고 있다.
그는 부산대학교 미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으로 서울에서 8년간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내려와 식당을 이어받은 지 18년이 됐다. 주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돼지국밥은 1974년 김선자(주 대표의 이모) 씨가 지금 이곳에서 연탄불에 테이블 2개로 개업해 1대로, 2001년 김애자(주 대표의 모친) 씨가 LPG로 국밥요리를 하며 2대로, 2006년부터 주 대표가 3대로 물려받았다.
주 대표는 “매일 암퇘지 통마리와 머리, 내장을 경남 김해 장유에서 공수해 모두 사용한다. 사용하는 부위는 모두 11가지다. 돼지 뼈, 생강과 소주를 넣고 4시간 동안 푹 삶아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돼지 살코기를 넣는다”며 “돼지국밥을 위해 10~15번 정도 토렴 작업을 거쳐 진한 국물의 돼지국밥이 완성된다”고 나름 맛 비결을 전했다.
이모와 어머니가 쓰던 재료 안에서 국밥을 연구해 가며 차츰 본래의 맛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단골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드디어 ‘3대째’라는 타이틀을 자신 있게 내걸었다.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보던 것에 어머니와 주변 지인들 조언을 더해 나름 맛을 구현했는데, 처음엔 정말 형편 없었어요. 주먹구구식이었는데 차츰 다대기의 레시피화를 통해 일률적으로 조리를 시스템화 시켰습니다.”
설렁탕과 곰탕보다도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돼지국밥뿐만 아니라 모듬 수육과 머리 수육도 이 가게의 인기메뉴이다. 모듬 수육은 부위마다 식감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골라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 베스트 메뉴로 손꼽힌다.
또 24시간 연중무휴다. 30년 이상 함께 하는 종업원 등 8명이 2교대로 국밥솥에 씨 국물을 계속 데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영업은 못 했지만 계속 솥에 불은 유지했다고 한다.
주 대표는 오래전부터 지역 복지관 등을 통해 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정성스러운 푸짐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며 “추운 날에는 최대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노력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주 대표의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단골들이 우리돼지국밥을 사랑하는 마음은 비례한다. 그는 좋은 마음 전달을 위한 기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소녀소년가장과 홀몸 어르신, 장애인들을 가게로 초청해 무료 국밥 제공과 무료급식 ‘밥퍼’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복지시설과 단체를 돕고 있다. 동구 복지관과 아동보호시설 등에 특별한 날이나 행사가 열릴 때마다 성금과 성품을 후원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 가게를 애용해 주신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사회 공헌 활동과 후원금을 전달한다”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주 대표가 기부하는 이유는 “돼지국밥은 따뜻한 음식이고, 국밥장사를 하는 만큼 이 따스한 온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매년 거듭해서 커졌다”며 “사람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 보람차고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 주기적으로 기부하다 보니, 이것 또한 삶의 한 부분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정을 나누며 순간을 즐기는 것이 목표이다”고 강조했다.
“지금 하는 일들을 오랫동안 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최대한 도울 것입니다.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공유하면서, 모두가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