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홈리스 월드컵
흔히 하늘을 이불로, 땅을 베개로 삼아 살아간다는 이른바 ‘홈리스(Homeless)’. 도시 주거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홈리스들은 날마다 실존적 생존의 벼랑 끝에서 외줄을 탄다. 거리나 지하도에서 잠자기, 한 끼 식사를 위한 긴 줄서기는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대부분 거대 도시의 틈새에 끼여 살면서 다른 시민들에겐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취급된다. 한마디로 주거와 의료 환경 등 도시적 삶에서 홈리스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일반 시민들과는 다른 이런 이질성과 개별성이 영화 제작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인지 근래 홈리스와 월드컵을 소재로 엮어 제작된 영화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올해 3월 출시된 영화 ‘홈리스 월드컵’과 작년 4월 개봉된 코미디 영화 ‘드림’을 꼽을 수 있다.
영화의 실제 소재는 바로 홈리스 풋볼 월드컵대회. 현재 서울에서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데, 아시아에서 열린 건 처음이라고 한다. 홈리스를 위한 대회인 만큼 선수 조건은 ‘예전 홈리스였거나, 현재 홈리스일 것’.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7분으로, 3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1명의 골키퍼까지 4명이 한 팀이다. 조촐한 규모를 보면 언뜻 최근에 급조된 대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2003년 첫 대회가 열렸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올해는 대회가 없었던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19번째다.
특히 올해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처음으로 이 대회를 공인하고 트로피, 메달, 공인구까지 직접 제작·지원했다고 한다. 대회 규모나 관심은 다른 큰 대회에 비할 바 아니나 정식 월드컵대회처럼 FIFA 공인까지 받은 것은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자립 준비 청년, 난민 신청자, 장애인, 마약 등 중독 치료시설 거주자로 구성된 다양한 배경의 출전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립과 재활 의지를 다지는 자체만으로도 대회의 의미는 작지 않다. 또 대회 취지에 공감해 후원과 기부 활동으로 이들을 응원하려는 일반인들도 많다고 한다. 빈부와 국적, 피부색을 떠나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홈리스의 문제에 공감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일 것이다. 더불어 이번 대회를 통해 형성된 유대와 공감의 힘이 홈리스들에게도 새출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길 기원해 본다.
홈리스 월드컵은 28일까지 진행되며 43개국 60개 팀의 경기 일정 등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