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로켓 100발… 이스라엘-헤즈볼라 ‘최악의 교전’
헤즈볼라, 북부 지역 집중 포격
친이란 IRI까지 가세 드론 공격
가자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교전
유엔 총장 “제 2의 가자전 우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이 사실상 전면전 규모까지 확대됐다. 이스라엘이 자국 접경지 공격을 멈추라며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압박했으나 헤즈볼라가 굴하지 않고 반격하면서 하루하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22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로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구조당국은 북부 경제·산업 도시 하이파 인근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붙었으며 76세 남성을 비롯해 로켓 파편에 다친 4명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1일 밤과 22일 아침 150발의 로켓과 순항 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다”며 “이에 따라 현재 레바논의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발사된 대부분의 로켓을 요격했고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지역의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모임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작전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국지전 수준이었던 양측간 충돌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격화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로 공습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곧바로 2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는 45명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전날도 격렬한 교전을 이어갔다.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포함한 290여 개 표적과 기타 군사 인프라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미사일 수십발을 이스라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
국제사회는 이들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의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며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A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확대가 이스라엘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측에도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분쟁이 훨씬 더 강력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레바논을 또 다른 가자지구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전 세계의 파괴적인 비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작년 10월 침공한 가자지구는 이번 세기 들어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을 겪고 있다. 만 1년에 가까워진 가자지구 전쟁에서 숨진 이들은 4만 1000명을 훌쩍 넘었고 인구 220만 명의 도시 인프라 상당 수가 초토화되면서 주민들은 피란 행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유엔의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인 지니 헤니스-플라샤르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중동이 재앙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양측을 더 안전하게 할 군사적 해법은 아예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