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조합원 불만 한계 봉착… 르노 노조위원장, 첫 단식 투쟁까지
수년간 임금·격려금 동결 반대
임금피크제 개선 요구도 한몫
900여 명 집회 참여 동력 얻어
천막 농성·대규모 집회도 계획
르노코리아 노동조합 김동석 위원장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끈 주역인 김 위원장이 단식 투쟁까지 나선 것은 수년간 지속된 임금 동결과 불합리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르노코리아 노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본사에서 조합원 집회를 갖고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합원 9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르노코리아 노조 출범 이후 위원장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교섭이 길어지면 회사와 노조 모두 손실이 큰 만큼 직장폐쇄 철회와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위해 위원장 차원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프랑스 르노 그룹과 르노코리아 사장에게 보내는 위원장의 마지막 경고”라고 소리 높였다.
이에 노조는 천막 농성을 진행하는 등 임단협 타결 촉구를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부산 경제계 등 다방면의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교섭 진행 상황에 따라 부산역과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도 고려 중이다.
지난 2년간 회사와의 상생에 방점을 찍고 적극 협상에 나서왔던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개선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기본급 인상이 일부 이뤄졌지만, 앞서 4년 여간 임금이 동결돼왔다. 2015년 호봉제 폐지 이후 기본급과 수당, 격려금 등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에서 수년에 걸친 기본급 동결은 치명적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내놓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격려금 지급 역시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불만 가중도 큰몫을 차지한다. 노조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의 경우 만 54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데 매년 10%씩 임금이 줄어들다보니 만 60세 퇴직에 이르러서는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는 조합원들 상당수가 임금피크제 개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외국인 투자 기업이라는 사실은 조합원 불안의 원천이기도 하다. 업황이 불리해져 사업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면 최악의 경우 사업장까지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에 힘이 실린 노조 측은 사측에 직장폐쇄 즉각 철회와 함께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변화된 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사측은 부결된 잠정합의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직장폐쇄를 즉각 철회하고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노사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 그랑 콜레오스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그랑 콜레오스는 이날 현재 누적 계약 건수만 1만 7000대에 달한다. 사측은 “실질적인 공장 가동일은 지난 13일과 23일 이틀에 불과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 논의를 재개해 원만하게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지난 6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되면서 임단협 타결이 무산됐다. 노조는 지난 10일 부분 파업에 이어 지난 13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으며,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