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 사라지고 생활정원으로… 40년 만에 열린 옛 부산시장 관사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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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도모헌 오늘 개관
시민들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

부산시장 관사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된 도모헌 내외부 모습. 도모헌 내 2층 미팅룸(두록). 박태우 기자 wideneye@ 부산시장 관사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된 도모헌 내외부 모습. 도모헌 내 2층 미팅룸(두록). 박태우 기자 wideneye@

군사정권 시절 ‘지방 청와대’로 불리는 등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옛 부산시장 관사가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도모헌’으로 재단장을 마치고 40년 만에 시민 품으로 완전히 돌아온다.

부산시는 24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부산시장 관사에서 도모헌 개관식을 열고 시민에 전면 개방한다.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지어진 옛 부산시장 관사는 2004년부터 ‘열린행사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일부 공간을 공개했지만, 대통령과 시장이 머무르던 본관 건물은 여전히 ‘금단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도모헌은 휴식과 만남, 신선한 아이디어까지 무엇이든 자유롭게 도모하는 시민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개관을 하루 앞두고 23일 찾은 도모헌은 시민 개방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부산시장 관사 시절엔 거대한 벽처럼 굳게 닫힌 철문이 위압감을 주곤 했는데, 철제 정문과 캐노피(덮개)는 사라졌다. 도모헌의 전체 규모는 1만 8015㎡ 부지에 건물 면적은 2485㎡다. 정문에서 본관까지 100m가량 굽어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배롱나무, 살구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등 다채로운 조경수가 배치됐다. 훌륭한 산책 코스로 변모한 것이다.

열린행사장으로 쓰이던 본관 앞 야외 공간에 올라서자 탁 트인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눈앞에 펼쳐지고, 뒤로는 황령산 자락이 포근하게 감싸줬다. 야외 공간은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소소풍 정원’(1만 6548㎡)으로 재단장했다. 소소하게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이라는 의미다. 소소풍 정원은 부산시 제1호 생활정원으로 지정됐다.

외관 모습. 박태우 기자 wideneye@ 외관 모습. 박태우 기자 wideneye@
2층 다목적공간(번루). 박태우 기자 wideneye@ 2층 다목적공간(번루). 박태우 기자 wideneye@

시민을 위한 열린 복합공간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부산시장 관사로 쓰이던 본관 1층에는 시민 휴게공간으로 미술 전시회 등을 열 수 있는 ‘소소풍 라운지’와 공유 오피스, 카페가 들어섰다. 대통령 숙소로 쓰던 2층은 시 주요 행사와 리셉션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 ‘번루’와 소규모 국제 행사가 가능한 콘퍼런스룸 ‘취람’, 휴게 공간인 미팅룸 ‘두록’, 야외 덱 등으로 꾸며졌다. 1층과 2층 연결 공간에는 계단식 강연장 ‘다할’을 새로 증축했다.

건물 곳곳에는 광안리 바다와 야외 정원 등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통창이 생겼다. 도모헌은 현대건축가 최욱의 설계로 지난해 7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올해 6월 준공됐다.

도모헌은 ‘걷고 머물고 기억하다’를 주제로, 명사 강연, 영화 상영, 음악 공연, 마술쇼, 정원 가드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평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무다. 박형준 시장은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쉼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부산을 찾는 국내외 인사들에게는 ‘부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기억되도록 지속해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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