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비집고 타나요? 틈 두고 타면 다툴 일 없어요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2. 내리고 타기
도시철도 승강장·엘리베이터서
출입문 열리면 얼굴 붉히기 예사
“제발 내리고 탑시다” 하소연에도
자리 선점하려 무리한 승차 빈번
몸 부딪혀 자칫 싸움으로 비화
끼임 사고 늘고 운행 지연 초래
#1. 출입문이 열리면 어깨가 움츠러든다. 내리기도 전에 양옆에서 승객들이 불쑥 도시철도 열차에 올라탈 때가 있어서다. 하차하는 승객이 적으면 밀고 들어올 확률은 더 높아진다. 우르르 내리는 승객들을 뚫고 기어코 열차에 먼저 올라타기도 한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 모(24) 씨는 “어느 순간 부산 지하철에서 먼저 내리는 걸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며 “먼저 타려는 승객이 없는지 살피게 된다”고 했다.
#2. 출입문이 더 좁은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마트, 아울렛 매장 등에 사람이 붐비면 은근한 경쟁이 시작된다. 탑승객들이 내리고 있어도 몸을 먼저 들이미는 습관이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엘리베이터에 유모차나 카트 등이 오가도 반복되는 현실이다.
부산에서 ‘내리고 타기’ 에티켓은 자주 실종된다. 국내외 관광객 이용이 잦은 부산 도시철도는 ‘타고 내리기’가 빈번한 대표적인 공간이다.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무법지대가 연상될 때도 있다. 도시철도 등에서 승객이 “제발 내리고 타자”고 하소연하는 건 그나마 낫다. 어깨나 몸을 부딪면 고성이나 욕설이 오가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부산 시민 박 모(33) 씨는 “도시철도 출입문 유리창으로 승강장에 기다리는 승객을 보면 ‘또 밀고 들어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문이 열리고 ‘어깨빵’을 당한 뒤 ‘제발 좀 내리고 타지’라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 40분께 승객이 가장 많은 서면역 승강장에서도 이런 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운대로 향하는 도시철도 2호선 열차 한 출입구에선 승객이 미처 내리기도 전에 한쪽 줄에선 탑승을 모두 마치기도 했다. 김해국제공항 환승역인 사상역 방향 2호선 열차에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들고 내려도 아랑곳없이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1호선 서면역 방향 부산역 승강장에선 갑자기 열차에 들어온 캐리어에 발이 걸리는 하차 승객도 있었다.
부산 버스에서도 승객이 많으면 뒷문 승차를 시도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출입구와 공간이 좁은 엘리베이터에서도 ‘타고 내리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백화점이나 고층 건물 등에서 어느 정도 공간이 남으면 그 틈을 공략해 먼저 비집고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리한 승차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도시철도에서 닫히던 출입문이 다시 열리는 건 매번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열차로 달려가다 문에 끼이면 더욱 위험할 수 있고, 뒤늦게 문을 여닫으면서 운행 지연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산 도시철도 ‘출입문 끼임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교통공사에 집계된 건수만 해도 2021년 2건과 2022년 1건에서 지난해 10건과 올해 상반기 7건으로 늘었다. 대부분 문이 거의 닫힐 때쯤 다리나 몸을 열차 안으로 급히 밀어 넣은 결과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무리한 승하차로 출입문 개폐가 잦아지면 관련 부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승객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문에 끼여 다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허브도시에 걸맞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타고 내리기’를 근절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정 모(28) 씨는 “도시철도든 엘리베이터든 모든 승하차가 다 끝나야 문이 닫히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불쾌함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캠페인을 펼치거나 제도적인 방안을 찾아 타고 내리는 데에도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