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 다 모였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금샘미술관 특별전 20일까지
한국 근현대 걸작 한자리 모여
3개 전시실, 4개 섹션 63점 전시
새로온 형식 독창적 완성 돋보여

채용신 ‘실명씨 초상’. 금샘미술관 제공 채용신 ‘실명씨 초상’. 금샘미술관 제공

이상범 ‘보덕굴’. 금샘미술관 제공 이상범 ‘보덕굴’. 금샘미술관 제공

권옥연 권진규 김기창 김은호 김창열 김환기 도상봉 박래현 박서보 박수근 변시지 서세옥 이대원 이상범 이성자 이왈종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채용신 허백련….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정리할 때 제일 먼저 꼽히는 대표 작가들이자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꼭 만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술 작품 가격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귀하고 비싼 작품들인만큼 큰 규모의 유료 전시를 빼곤 한 자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그런데 부산의 한 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56명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대단한 전시를 성사시킨 곳은 구청 소속 미술관이다. 금정문화회관 소속 금샘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찬람함에 물들다-한국근현대미술전’이 그 자리이다.

금정문화회관 이은미 전시기획자는 “이 전시를 준비하느라 정말 오랜 시간 많은 품이 들어갔다. 좋은 작품을 부산 시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힘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전시 작품들은 사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소장품들이다. 고려대 박물관은 미술사에 큰 의미를 가진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구입해왔다. 컬렉션을 위한 예산뿐만 아니라 동문회의 적극적인 도움도 컸다. 덕분에 방대한 컬렉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비싸고 귀한 작품인만큼 선뜻 밖으로 내보내는 게 쉽지 않다. 경비를 지불한다고 무조건 대여할 수도 없다. 작품을 관리할만한 큐레이터가 있는지, 항온과 항습 시스템 등 미술관 시설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앞서 어떤 전시들을 열었는지 꼼꼼히 심사를 거친 후 작품을 대여하게 된다. 그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마침내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 거장의 작품 63점이 걸렸다.

사실 구청 소속 미술관으로서는 성사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대부분 구청 미술관은 미술 전문 큐레이터 직급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전시를 관리하는 이은미 씨가 미술을 정식으로 전공하고 일본의 유명 미술관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한 전문 큐레이터 출신이다. 은미 씨는 오랜 외국 생활 끝에 고향 부산에서 가족과 살고 싶었고, 마침 금정문화회관에서 전시실을 관리할 행정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덜컥 이사했다.

은미 씨는 전시실 단순 관리를 넘어 큰 전시를 기획하며 올해 부산 미술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시립미술관이 해야 할 일을 구 단위 문화회관이 해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1전시실과 2전시실은 서양미술이 들어오며 한국 화단에 격동적인 바람이 불어온 시기였다. 조선 말기 어진을 그린 최고의 화가인 채용신의 초상화는 전통과 근대의 특성을 함께 담은 작품이며, 김은호가 그린 순종의 어진과 그의 제자 김기창의 수묵채색화, 고희동의 전통화는 꼭 봐야할 작품이다. 심산 노수현의 관념산수와 청전 이상범의 실경 산수, 남종화의 거장 나농과 의재의 작품은 호남 산수의 멋을 드러낸다.


이중섭 ‘꽃과 노란 어린이’. 금샘미술관 제공 이중섭 ‘꽃과 노란 어린이’. 금샘미술관 제공

박수근 ‘복숭아’. 금샘미술관 제공 박수근 ‘복숭아’. 금샘미술관 제공

장욱진 ‘나무가 있는 풍경’. 금샘미술관 제공 장욱진 ‘나무가 있는 풍경’. 금샘미술관 제공

다음 섹션인 ‘수용, 사실을 재현하다’ 는 일찍이 해외로 떠났던 유학생들이 돌아와 작품을 선보인 시기이다. 한국 최초 프랑스 유학생 이종우를 필두로, 김인승과 조병덕의 인상주의적 인물화, 일본에서 공부한 박상옥, 김경승, 도상봉, 오지호, 임직순, 최덕휴, 이종무, 이마동과 손응성, 윤재우의 정물은 서양화적인 화풍을 적극 받아들인 작품들이다. 한국화와 서양화가 섞이는 시대를 넘어 박수근의 화강암같은 마티에르, 최영림의 토속적인 미감, 이중섭과 장욱진의 천진난만한 느낌은 스스로 개척한 독자적 화풍이었다. 이응노, 박래현의 현대 미술 도전, 천경자의 초현실적인 회화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들이다.


김환기 ‘월광’. 금샘미술관 제공 김환기 ‘월광’. 금샘미술관 제공
송영수 ‘순교자’. 금샘미술관 제공 송영수 ‘순교자’. 금샘미술관 제공

김창열 ‘회귀’. 금샘미술관 제공 김창열 ‘회귀’. 금샘미술관 제공
권진규 작가의 조각 작품들. 김효정 기자 권진규 작가의 조각 작품들. 김효정 기자

6·25 전쟁을 경험하고 사회가 안정되자 한국에서 미술 정규 교육을 받은 화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도 있다. 권옥연, 류경채, 문학진, 송영수, 김환기, 이성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권진규의 대표적인 조각 자소상과 마두가 고려대 박물관이 아닌 외부 미술관에서 동시에 전시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마지막 자립 섹션은 박서보, 서세옥, 김창열, 이대원, 이왈종 등 현재까지 아트페어에서 한국 대표 작가로 불리는 이들의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10월 20일까지 전시가 진행되며 현장에선 학생들을 위한 워크북도 준비돼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전시 해설도 진행된다.

금샘미술관 전시장 입구. 김효정 기자 금샘미술관 전시장 입구. 김효정 기자

금샘미술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금샘미술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