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에 지각개원 거제시의회, 이번엔 수해 복구 중 ‘외유’ 빈축
민주평통, 26~30일 베트남 교류 행사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1명 동행
시민단체 “장기 파행·수해 상황 부적절”
의원 “자문 위원 자격, 외유 아냐” 반박
“민의를 져버린 의원들은 즉각 사퇴하라!”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로 두 달 넘게 공전하다 가까스로 개원한 경남 거제시의회가 이번엔 ‘외유’ 논란으로 시끌하다. 일부 여야 의원들이 한 정부산하 기관이 주관하는 국제교류 행사에 동행하기로 했는데, 지각 개원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데다 최근 극한호우로 피해가 상당한 상황이라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에 따르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거제시협의회는 26일부터 30일까지 베트남에서 동남아남부협의회 한인회와 국제교류 행사를 진행한다.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매년 진행되는 행사로 올해는 베트남 전쟁지였던 후에와 다낭 등을 둘러보고 현지 한인들과 통일·역사 등을 논의하는 일정이다.
그런데 참가자 20명 중 4명이 현역 거제시의원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윤부원, 김선민, 정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노재하 의원이다.
애초 이들 외 3명이 더 동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감투싸움 여파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수해까지 겹쳐 동료 의원들이 만류하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두 달 가까이 의회를 파행으로 몰아갔으면 응당 근신하고 자숙하면서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외유라니. 파행을 끝내면서 시민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성이 담겨있었는지, 정말 염치라는 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재난에 모두가 복구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민의를 살펴보아야할 시의원들이 참여를 강행하는 태도는 비상식적”이라며 “시의원을 개인 사욕을 채우는 자리로 생각한 게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시민 목소리를 무시한 정치인은 더 이상 우리의 대표가 될 수 없다. 끝까지 민의를 외면하고 사리사욕을 위해 간다면 시민들의 뜻을 모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거제YMCA, 거제YWCA, 경남민예총거제지부, (사)좋은벗,통영거제환경연합, 참교육학부모회거제지회가 연대한 조직이다.
진보당 거제시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거제시의회는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진보당은 “50일간 자리싸움으로 일도 내팽개쳤던 시의원들이 시민 세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려 한다는 사실에 시민들 사이에선 실망 섞인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면서 “밀린 숙제를 몰아서 밤낮없이 뛰어다녀야 할 상황에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이유도 불명확한 해외 일정을 굳이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엘리트 관료주의에 물들어 시민 무서운 줄 모르고 전횡을 일삼는 것”이라며 “지방정치의 주인은 지역 주민이고, 뱃지를 단 의원들은 주민들의 눈과 목소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비약이 심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의원은 “외유성이라면 당연히 안 가는 게 맞지만 이번 출장은 해외여행이 아니다”며 “그동안 파행했다고, 막연히 여론이 안 좋다고 포기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의회가 아닌 민주평통 사업이고, 시의원이 아니라 자문 위원 자격으로 가는 일정”이라며 “게다가 주말을 제외하면 실제 자리를 비우는 평일은 단 3일”이라고 해명했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지난 주말 이틀 밤낮으로 지역 곳곳을 다니며 비 피해 현장을 챙겼다. 할 일은 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민주평통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동행 예정인 시의원들과 일정 조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제21기 민주평통 거제시협의회는 자문위원 63명에 7개 분과로 구성됐다. 시의원들은 민주평통 의무 가입 대상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