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산 여성운동사 다룬 다큐, 스크린서 만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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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감독 ‘마녀들의 카니발’
노동운동서 페미니즘 운동까지
성차별 타파 위한 발자취 기록

영화 '마녀들의 카니발'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영화 '마녀들의 카니발'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1990년대 노동운동에서부터 오늘날 스쿨 페미니즘 운동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의 부산 여성운동사를 조명한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25일 개봉한 영화 ‘마녀들의 카니발’은 노동운동, 장애인 인권운동, 페미니즘 운동 등 부산여성운동의 태동과 발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우리동네’(2009)와 ‘전설의 여공: 시다에서 언니되다’(2011)를 제작한 박지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제작사 미디토리 협동조합과 배급사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가 참여했다. 지역의 여성운동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는 ‘마녀들의 카니발’이 처음이다.

부산의 여성운동은 노동운동에서 출발한다. 사실 노동운동이라는 말도 거창하다. 월급을 제대로 받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일종의 ‘인권운동’이기 때문이다. 밤샘 작업과 부당노동, 직장 상사의 성희롱 등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1988년 개원한 ‘근로여성의집’으로 모여든다. 이듬해 ‘부산여성노동자의집’으로 이름을 바꾼 이곳은 여성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한다. 홍점자 부산여성노동자의집 전 대표 등 당시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출연해 당시 사회 분위기를 상세히 전한다.

노동운동은 점차 다양한 형태의 여성운동으로 확대된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출하고 여성의 사회생활을 적극 지원하는가 하면,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여성 장애인과 연대한다. 그 결과 2001년 부산에서 전국 최초로 여성 장애인 쉼터가 생겨난다. 이후 부산성폭력상담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의 단체가 등장해 여성 의제를 발굴해 나간다. 영화의 제목인 ‘마녀들의 카니발’은 2000년 부산대에서 처음 열린 페미니즘 축제의 이름을 따왔다.

영화는 단순히 역사를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성운동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부산대를 포함해 지역 대학가에서 활동 중인 페미니즘 동아리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투쟁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학생 페미니즘 동아리 학생들과 10대 활동가들은 지금도 수시로 ‘가부장제의 위협’에 노출된다. 애써 씩씩한 척하며 여성운동의 길을 걷는 청소년 활동가들은, 앞서 여성운동을 이끈 ‘언니’들과의 만남에서 참아온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마녀들의 카니발’은 2022년 부산여성영화제에 초청되고 같은 해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열린 제16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개별 사안으로 보면 질 수 있는 싸움이지만 힘들게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는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음들이 다들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이들이 오늘도 사회와 ‘맞짱’ 뜨게 하는 원동력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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