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한인 살해’ 마지막 공범 잡혔다(종합)
여권 사진 위조해 도피 생활
압색만 30번 끈질기게 쫒아
혐의 부인 “물적 증거도 있어”
태국에서 한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이른바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 일당 중 해외로 도피했던 30대가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이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사용하며 수사망을 피해 왔고 경찰은 30여 차례 걸친 이례적인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으로 끈질기게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24일 강도살인, 시체은닉, 시체손괴 등 혐의로 베트남에서 검거된 A 씨(30대)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5월 3일 태국 파타야에서 공범인 B(20대) 씨, C(20대) 씨와 한국인(30대) 관광객을 납치·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사건 당일 약물과 술에 취한 피해자를 태국 한 클럽에서 데려 나와 차량을 이용해 납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저항하자 마구 때리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370만 원 상당을 빼돌렸으며, 피해자 친모에게도 연락해 아들 몸값으로 300만 밧(약 1억 10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신은 손가락 등을 훼손한 채로 드럼통에 담아 저수지에 유기했다.
A 씨는 범행 직후 다른 나라로 달아나 잠적했다. 그는 타인의 여권 사진을 위조해 사용하면서 도피처를 옮겨 다닌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외 첩보를 수집한 경찰은 소재 의심 장소, 인터넷 주소(IP) 등에 대해 약 30번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며 A 씨 행적을 쫓았다. 그러다 지난 11일 경남경찰이 A 씨의 베트남 거처를 알아냈다. 경남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현지 공안이 다음날 은신처를 급습, A 씨를 검거했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추적 기법은 수사 상황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 “3개월가량 우리가 아는 모든 수사 기법 동원해 피의자 소재지를 특정했고 국제협력을 통해 검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여권을 취득하게 된 경위나 도피 과정에서 조력자는 없었는지 등 도피 행적을 추궁할 계획이다. 또 A 씨의 구속영장은 이르면 이날 중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일당 3명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검찰과 협의 중이다.
이보다 앞서 붙잡힌 B 씨는 국내로, C 씨는 캄보디아로 각각 달아났다가 체포됐으며, 현재 구속기소 돼 국내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정에서 이들 2명은 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경남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다음 달 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후 이들 일당은 병합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피의자 3명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등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