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폐막작 - 씨네필 끌어안고 정체성을 지켜라
■에릭 쿠 감독 ‘영혼의 여행’
개막작이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폐막작은 씨네필들이 만족할 만한 작가주의적 성격이 깊은 작품을 선정했다. 다양한 작품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한 싱가포르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릭 쿠 감독은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 모두 초청되며 문화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1995년 영화 ‘면로’로 데뷔해 그의 두 번째 작품 ‘12층’(1997)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내 곁에 있어 줘’(2005), ‘마이 매직’(2008) 등의 작품이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신작 ‘영혼의 여행’은 ‘쉘부르의 우산’(1965) 등에서 이름을 알린 프랑스의 대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혼의 여행’은 세계적인 샹송 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와 그의 열렬한 팬인 유조(사카이 마사아키)가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 시대를 이끈 샹송 가수인 클레어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잠긴다. 이후 그녀는 콘서트를 위해 일본 도쿄에 방문한다. 도쿄에는 그녀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팬 유조가 있다. 하지만 유조는 그녀의 콘서트가 열리기 전,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다. 도쿄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클레어도 이후 삶을 마감한다. 영화는 클레어와 유조의 영혼이 만나 겪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죽음 이후에도 삶이 이어지는 신기한 상황 속에서 삶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두 영혼이 만나 함께하는 여정에는 가족, 예술가의 삶, 비밀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박성호 BIFF 프로그래머는 “에릭 쿠 감독은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영화계에서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다. 전작들에서 치열한 삶, 삶의 의미 등에 대해 주로 말해왔는데 이 작품에서 완숙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을 배경으로 바닷가 장면,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등이 등장하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이질적이지 않다.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많은 분이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