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나의, 우리들의, ‘아저씨’를 기리다
다채로운 특별 프로그램
BIFF, 3편의 특별 프로그램 선봬
아시아 거장의 작품 세계 속으로
풋풋한 10대 청춘 다룬 특별전
스크린에서 만나는 이선균 배우
올해 BIFF는 아시아 영화계의 중요한 트렌드를 짚고, 영화계에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0대 청춘들의 톡톡 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물론 포르투갈 거장 감독의 작품 세계도 만나볼 수 있다.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
영화 ‘그랜드 투어’(2024)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이다. 고메스 감독은 2012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 ‘타부’를 기점으로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2015년에는 포르투갈의 경제위기를 아랍의 고전 〈천일야화〉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하는 ‘천일야화’ 시리즈 3부작을 발표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평론가 출신인 고메스 감독은 영화가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만들어가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BIFF에서는 고메스 감독이 자신의 작품 중 최고로 꼽는 영화인 첫 장편 ‘네게 마땅한 얼굴’(2004)을 포함해 ‘그랜드 투어’에 이르는 8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는 고메스 감독이 직접 부산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고메스 감독은 영화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형식도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용기 있는 감독”이라며 “그와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영화사의 한 흐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관객과의 대화 등에서 그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이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최근 아시아에서 10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주로 일본과 대만에서 성장 영화가 제작됐지만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몽골, 인도 등에서도 성장 영화가 등장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우리들’(2016), ‘벌새’(2019), ‘남매의 여름밤’(2020) 등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BIFF는 10대의 성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9편을 모아 소개한다.
말레이시아 아만다 넬 유 감독이 제작한 ‘호랑이 소녀’는 10대 소녀가 이차 성징을 겪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새로운 변화가 낯선 소녀는 점차 불안해지고, 소녀는 여성에게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는 보수적인 사회와 맞닥뜨린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호랑이가 되고 싶은 소녀가 점차 호랑이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코미디 성격의 작품으로 재미난 꿈을 꾸듯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걸스 윌비 걸스’, ‘마이 선샤인’, ‘모래 수영장에서 헤엄치기’, ‘바람의 도시’,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우리들의 교복 시절’, ‘피쉬 본’, ‘해피엔드’를 만날 수 있다.
■고운 사람, 이선균
BIFF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 배우를 기리기 위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가 출연한 주요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기 위한 취지다. 또한 BIFF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이선균 배우에게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여한다. 영화 ‘파주’(2009), ‘우리 선희’(2013),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 ‘행복의 나라’(2024)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를 스크린에서 만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고 이선균 배우와 함께 연기 생활을 해 온 동료들이 부산을 찾아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