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영화의 우주를 떠다니는 당신에게…어려운 영화 선정, 테마별로 정해드려요
올해 BIFF를 찾는 공식 초청작은 224편이다. 관객들이 직접 선택한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을 포함하면 279편으로 늘어난다. 어떤 영화를 봐야할까. 관객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부산일보〉가 영화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준비했다. BIFF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200여 편의 영화를 장르별, 테마별로 분류해 선택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믿고 본다, 해외 영화제 수상작
실패 없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해외 영화제 수상작을 주목하자. 영화 보는 게 일인 프로그래머들과 전 세계에서 모인 심사위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올해 BIFF에서 만날 수 있다.
■미겔 고메스 ‘그랜드 투어’
가장 먼저 소개할 작품은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포르투갈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다. ‘그랜드 투어’의 배경은 1917년이다,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는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도망친다. 몰리는 에드워드를 찾아 아시아로 들어간다. 몰리의 여정을 통해 보는 아시아의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종교 축제, 오토바이 행렬 등 아시아의 모습을 매혹적으로 담아낸다. 그는 “영화에는 국가, 성별, 시대, 현실과 상상, 세상과 시네마 등 분리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투어가 있다. 나는 무엇보다 관객을 이 투어에 초대하고 싶다”고 영화를 소개한다.
■션 베이커 ‘아노라’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를 빼놓을 수 없다.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탠저린’(2018) 등을 제작한 미국 인기 감독 션 베이커의 신작이다. 이민자,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에 주목해 온 감독은 올해 스트리퍼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제작했다. 미국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계 미국인인 애니가 러시아 재벌 집 아들 반야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 후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기존의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보다는 수위가 센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코믹함이 있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얄 카파디아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인도 여성 감독이 제작한 영화 중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고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은 작품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막바지까지 ‘아노라’와 팽팽한 경쟁을 벌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대작이다. 2021년 다큐 ‘무지의 밤’이라는 작품을 만든 감독은 올해 선보인 첫 장편으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인도의 도시 뭄바이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연을 맡은 카니 쿠스루티 배우가 부산행을 추진 중이다.
■하프단 울만 톤델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감독의 생애 첫 장편영화에 수여하는 상인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도 부산을 찾는다. 스웨덴의 거장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손자인 감독은 영화계 로열패밀리에서 태어났다. 방학을 앞둔 한적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두고 학부모와 교사가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 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가 출연한다. 이 밖에도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과 최고연기상 수상작 ‘마른 익사’,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수상작 ‘블랙 독’ 등도 주목할 만하다.
BIFF에서만 미리 만날 수 있는 한국 기대작을 다룬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은 올해 5편으로, 역대 최다 작품 편수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미개봉 작품을 관람하고 싶다면 이 작품들을 놓치지 말자.
■김성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인기 배우 송중기가 주연을 맡고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IMF 사태 이후 어려운 경제환경에 놓인 국희(송중기)의 가족이 낯선 땅 콜롬비아 보코타로 떠나 겪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화란'(2023), '로기완'(2024)에서보다 한층 성장한 송중기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야외무대 인사 등을 통해 배우들의 실물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일정을 꼭 확인하자.
■김민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범죄 조직의 '더러운 돈'에 손을 댄 두 비리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형사 누아르 작품이다. 생계형 비리 경찰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은 범죄조직의 '검은 돈'을 훔치려다 곤경에 빠진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각본을 쓴 김민수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기대되는 영화다.
■조선호 '청설'
노윤서, 홍경 등 주목받는 신예 배우들이 출연한 달콤한 로맨스물이다.
스물여섯 청춘 용준(홍경)은 청각장애인 수영 선수인 동생을 돌보며 사는 여름(노윤서)에게 첫눈에 반한다. 아르바이트와 동생 훈련 뒷바라지에 정신없는 여름은 자신을 생각하는 용준의 순수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2010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애니메이션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올해 BIFF를 찾아온다. BIFF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아이들보다 훨씬 좋아했다는 사실은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긴츠 질발로디 ‘플로우’
애니메이션 ‘플로우’는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후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관객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배 위에서 고양이, 개, 원숭이 등이 함께 사는 이야기다. 동물의 연대를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 작품은 동물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니시오 다이스케 ‘알사탕’
202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이 애니메이션으로 되살아났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하는 일본의 대형 영화사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콜라보했다. 백희나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웃기거나 무섭거나
장면 하나로 관객을 웃겼다 울리는 영화들도 기대해봄직하다. 영화 내내 빵빵 터지는 코미디 작품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식은 땀을 흘리게 하는 공포영화도 관객을 기다린다.
■이기혁 ‘메소드연기’
영화 ‘극한직업’(2019) 같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주목하자. 이동휘 주연의 영화 ‘메소드연기’는 코미디 연기라면 질색인 배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동휘 배우가 직접 배우 이동휘로 출연한다. 코미디 영화가 유일한 히트작인 이동휘는 인기 신인배우의 상대역으로 러브콜을 받고 사극연기에 도전한다. ‘범죄도시’에서 장이수로 찰떡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지환 등 다양한 씬스틸러들이 등장해 작정하고 웃겨버린다. 웃을 일이 적은 요즘, 90분의 '웃음사냥'이 반갑다.
■탁세웅 ‘괴기열차’
한국 공포영화에 한 획을 그을 주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올해 ‘미드나잇 패션’에서 상영되는 영화 ‘괴기열차’다. 공포 실화를 찾아다니는 유튜버 다경(주현영)이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며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의 영화다. 공포, 컬트영화 등을 소개하는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오랜만에 한국 장르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단순히 저예산 공포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뿐만 아니라 작품 수준도 괜찮다는 게 프로그래머들의 평가다. 메인 주인공은 SNL에서 인기를 끈 주현영 배우로 주현영의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관전 요소다.
■코랄리 파르자 ‘서브스턴스’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에 빛나는 작품 ‘서브스턴스’는 영화 ‘사랑과 영혼’(1990)으로 큰 사랑을 받은 데미 무어가 출연한 공포 영화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더 젊고 근사한 자신의 분신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그녀의 분신은 스파클의 말을 따르려 하지 않고 둘은 결국 핏빛 갈등을 겪는다. 인생 연기를 펼친 데미 무어의 연기력에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화면과 과감한 연출력이 더해진 기대작이다. ‘심약자’는 시청에 주의하자.
미리 만나는 블록버스터 대작들
대형 스크린과 빵빵한 음향으로 만나면 더욱 좋은 대규모 블록버스터 작품을 BIFF에서 먼저 만나보자. 눈을 즐겁게 하는 컴퓨터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에서 눈을 떼지 못할지도 모른다.
■알렉스 가랜드 ‘시빌 워’’
‘시빌 워’는 머지않은 미래 미국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내전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메리 제인 왓슨 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가 출연한다. 미국에서 핫한 제작회사인 A24가 만든 영화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흥행 에 성공했다. 액션신도 많고,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아 기대할 만한 작품이다.
■내그 아쉬윈 ‘칼키 AD 2898년’
미국에 ‘시빌 워’가 있다면 인도에는 ‘칼키 AD 2898년’이 있다. 과거와 현재, 선과 악, 그리고 신화의 세계와 과학이 지배하는 세계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그린다. 개봉 이후 인도, 북미에서 호평받았다. 2000년의 시공간을 오가는 SF 액션 히어로 판타지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화려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적합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