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진정한 관광 도시” 유엔세계관광기구 태은지 아태지역국 담당관
‘국제관광도시포럼’ 세션 좌장
시장 주재 미래혁신회의 참석
“세계관광기구와 고향 부산
공동협력의향서 체결 기뻐”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잘 도약하는 데에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좋은 파트너가 되길 바랍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 Tourism) 아시아태평양지역국 담당관 태은지 박사는 지난달 출장 차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태 박사는 지난달 8일 벡스코에서 열린 ‘제3회 국제관광도시포럼’에서 특별 세션 좌장을 맡아 진행했고, 지난달 13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제19차 미래혁신회의’에도 참석해 글로벌 관광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부산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태 박사는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유엔세계관광기구에 입사해 관광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왔다. 입사 20년 차인 지난 5월 부산시와 유엔세계관광기구가 공동협력의향서를 체결하면서 고향인 부산과도 협력할 기회가 생겼다. 태 박사는 “입사 20년 동안 한국 중앙정부와는 많은 일을 했지만 부산과는 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서 “부산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기쁘다”며 소회를 밝혔다.
유엔세계관광기구가 부산과 공동협력의향서 체결을 맺은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160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엔세계관광기구가 회원국의 지자체와 직접적으로 협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부산시가 먼저 적극적으로 협력을 제안했고 이에 유엔세계관광기구도 화답했다. 태 박사는 “부산은 국제적인 도시가 되기에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좋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서 “국제 도시로 도움닫기가 필요한 시기에 파트너십을 맺게 돼 타이밍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세계 관광과 관련한 연구, 보고서, 통계 등의 표준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에 맞춰 국가나 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회원국과 함께 맞춤형 프로젝트와 맞춤형 과제를 함께 해 나가기도 한다. 이 일환으로 유엔세계관광기구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이 아시아’에서 부산관광 스타기업을 선정하는 챌린지도 진행할 예정이다.
태 박사는 부산의 발전 속도에 놀라면서도 부산 관광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부산다움’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은 더 높게, 더 화려하게를 추구하기보다 ‘더 부산답게’로 가야한다고 본다”면서 “높고 화려하고 세련된 것들은 어디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이 말은 지역 관광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부산다운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고, 이것이 부산이 관광지로서 갖는 메리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 박사는 부산이 국제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관광에 대한 이미지가 바닷가나 호텔에 누워있는 것을 생각하는 데, 관광이 지역사회와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크다”면서 “유엔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관광은 세계 경제 부문 중 연료, 화학제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분야다. 관광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이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민도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박사는 “부산이 젊은 사람뿐 아니라 은퇴한 노부부, 아이를 키우는 부부 등 모든 세대가 즐기기에 좋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민에게도 방문자에게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