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회의원 특권
‘국회의원이란 하나의 이유만으로 여러 명목의 소중한 혈세가 날짜 되면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려운 분들과 나누겠습니다. 입으론 민생을 외치지만 진심으로 실천하는지 반성하며….’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날 국회의원 300명의 은행 계좌에 424만여 원씩 입금된 명절휴가비에 대한 감회다. 지난 설에도 지급된 휴가비는 국회의원의 연간 세비 1억 5690만 원과는 별개인 돈이다. 의원들이 기를 쓰고 정쟁에 몰두해 입법기관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챙길 돈 꼬박꼬박 챙기며 온갖 특권만 누린다는 원성을 사는 가운데 김 의원처럼 미안함과 자성의 뜻을 밝히는 건 보기 드문 모습이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특권과 특혜는 186가지나 된다. 연봉에 해당하는 세비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3~4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숫자가 훨씬 많은 9명의 보좌진 급여와 각종 의정활동 지원금도 지급된다.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매달 150만 원가량 지원되고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KTX 특실 혜택까지 제공된다. 이밖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많다. 특히 비리를 저질러도 불체포특권이 보장되며 거짓말이나 험한 욕설을 해도 면책특권을 받는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심지어 의원이 구속되더라도 세비가 나오는 등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도 예외다.
이 같은 특권은 깜냥이 안 되거나 부도덕한 이들마저 국회 진출에 집착하는 원인이 된다. 게다가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서민의 삶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국민 눈높이와도 동떨어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을 잘한다면 특권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다. 하지만 허구한 날 여야 간 다툼을 일삼으며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안기니 혈세로 주는 세비가 아까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세비는 2018년 이후 한 해를 빼고 매년 올랐다. 이에 찬성한 대부분 의원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에 신음하는 대다수 국민의 팍팍한 생활은 안중에 없는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2일 ‘영원한 재야인사’로 불린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타계를 계기로 국회의원의 특권이 새삼 주목된다. 특권 폐지 운동에 집중한 고인이어서다. 정치권에서 그를 추모해 특권을 내려놓거나 축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양심껏 실행할지, 국가와 민생에 소홀한 채 기득권의 단맛만 계속 누릴지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