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에 고위험 ‘충격요법’ 도박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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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적 대응서 태도 바뀐 상황
NYT “압박 위해 리스크 키워”
현재로선 반대 결과 초래 분석
헤즈볼라 “굴하지 않겠다” 재확인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레바논 시돈 도로에 피난 인파가 몰려있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레바논 시돈 도로에 피난 인파가 몰려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급격히 높인 것은 지난 1년 가까이 헤즈볼라와 벌여온 무력충돌을 멈추기 위한 일종의 ‘도박’이란 분석이 나왔다. 압도적 무력과 정보력, 공작역량을 내보임으로써 헤즈볼라가 더는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리스크를 끌어올리면서 헤즈볼라가 물러설 것이란 도박을 걸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 거세진 이스라엘의 공습은 헤즈볼라의 월경 공격을 멈추기 위해 얼마나 단단히 결심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마을 수십곳을 장악한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경 너머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산발적인 로켓 공격을 가해왔다.

하마스와의 전쟁에 전력을 집중한 상태였던 이스라엘군은 북부 주민을 피란시킨 채 비교적 수세적 대응을 보여왔으나, 최근들어 전면전을 불사할 태도를 보이며 공격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 17∼18일에는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수천개가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19일에는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기 등 레바논 남부 일대 목표물 100여 곳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이 이뤄졌고, 20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공습해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23일에도 헤즈볼라가 자국을 공격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선제 대응에 나섰다면서 대대적 폭격을 감행,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으로 1100개가 넘는 헤즈볼라 시설을 타격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 최소 49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선 1970년대 한때 남부일대를 차지한 채 이스라엘과 레바논내 기독교인 등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해 레바논 내전(1975∼1990년)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를 선전전에 활용,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헤즈볼라가 레바논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기가 꺾일 것이란 이스라엘 측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로선 반대 결과가 일어났다”고 NYT는 진단했다. 헤즈볼라는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할 때까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22일 오전에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너머로 100발이 넘는 로켓과 자폭 무인기(드론)을 날려보냈고 이중 일부는 이스라엘 북부 경제·산업도시 하이파를 위협하기도 했다.

NYT는 “심지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레바논 남부를 침공할 테면 해보라고 부추기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친다면 승리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교착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짚었다.

실제 현 시점에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임박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23일 현재 작전의 초점은 공습에 있지 지상전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헤즈볼라의 의지를 꺾지 못한 채 군사적 압박 수단이 소진된다면 결국은 지상군을 동원한 침공 외엔 이스라엘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이어 레바논 남부에서까지 3면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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