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사용 제한 조례 만들어도 단속 실효성 의문
일제 상징물 제한 관련 조례
부산시·금정구·수영구 등 제정
처벌·강제 철거할 수 없어 한계
“선제적 조치 의미, 보완 검토”
부산 지자체들이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 사용 제한 조례를 속속 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수영구 한 아파트에 욱일기가 게양된 데 이어 지난달 한 시민이 전동휠체어에 욱일기를 매달고 광안리 일대를 돌아다닌 사건에 따른 대책이다. 그러나 욱일기 사용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사유지의 경우 철거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단속 권한 자체가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부산 수영구의회에 따르면, 이달 ‘부산광역시 수영구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이하 일제 상징물 제한 조례)가 제정됐다. 일제 상징물 제한 조례는 공공장소나 공공 행사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와 조형물, 상징물, 강제노역 피해자 명예를 떨어트리는 디자인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조례 제정은 올해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든 욱일기 게양에 따른 여파다. 수영구에서 욱일기를 내거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에 따른 대책으로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올해 현충일에 수영구 한 아파트 입주민이 욱일기를 게양하는 일이 벌어졌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에 욱일기가 게양되면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 당시 입주민은 기초지자체와의 갈등을 알리고자 욱일기를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70대 A 씨가 전동휠체어에 욱일기를 걸고서 광안리해수욕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른 부산 지자체도 욱일기 사용 등을 막기 위해 유사한 조례를 제정하고 나섰다. 금정구도 지난 20일 ‘부산광역시 금정구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를 지난 20일 제정했다. 부산시도 의원 발의로 지난달 ‘부산광역시 일제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조례가 속속 제정되는 것과 달리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파트 등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욱일기 게양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제 철거와 같은 물리적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욱일기를 게양할 경우에도 직접적인 단속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산시 조례에 따르면, 부산시장은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이 공공장소에 설치돼 타인에게 노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욱일기 게양에 대해서는 퇴장, 철거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결국 처벌이나 강제 철거 조항이 없기에 직접적인 단속은 어렵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부산시 총무과 관계자는 “어느 지자체든 사유지에 내건 욱일기 제재를 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며 “공공장소에서도 퇴장 등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해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선언적 성격에 그치더라도 향후 단속 근거를 마련한 첫 단추로서 조례 제정에 의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일제 상징물 제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부산 수영구의회 이윤형 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은 선제적인 조처라는 의미가 크다”며 “현 조례에 미흡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