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47개사 리베이트 탈세 집중조사
조합과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 건설사와
병원장과 의사에 명품가구 제공 제약사
CEO 보험 통한 신종 유형의 리베이트도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리베이트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 건설업체 A사는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다시 이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받았다. 또 재건축 수주 대행업체에도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그 돈으로 재건축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아울러 시행사가 내야 할 분양대행 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시행사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아울러 해외 시공시설에도 등 허위명목을 올려 현지 거래처에 달러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해외 발주처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 제약회사인 B사는 자사의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에게 불법 리베이트 수백억원을 제공했다. 병의원 원장 부부의 고급웨딩홀 예식비, 호화 신혼여행비, 명품 예물비 수천만원을 대신 지급하고 의사 집으로도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소파 등 가구와 대형가전을 배송했다. B사는 불법 리베이트에 지출한 비용 수백억원을 회사경비로 변칙적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결과적으로 탈세를 저지른 47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법에서 리베이트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분야다. △건설 업체 17개 △의약품 업체 16개 △보험중개 업체 14개 등이다.

■ 건설사, 갑·을 바뀔 때마다 리베이트

먼저 재건축조합과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사가 있다. 건설 리베이트는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게 되고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아파트, 주택 등의 품질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국세청은 “건설 분야의 접대비 지출은 공사수입 금액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건설수주가 감소되는 상황 하에서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분야는 도급계약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특징으로 인해 단계마다 갑·을 관계가 바뀌어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도 제공받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제약사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 비용과 같은 사적 비용을 대신 내주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 및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 CEO보험 리베이트로 증여세 회피도

신종 유형의 리베이트도 있다. CEO보험(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 업체다.

CEO보험이란 회사돈으로 가입하는 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회사에 주는 보험이다.

최근 초고가의 중개수수료를 받으려는 보험중개업체와 법인세·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대표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해 CEO보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 보험중개업체는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회사 대표와 배우자, 자녀 등을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아무런 역할도 없으면서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들은 영업 과정에서 “회사돈으로 보험료를 납입하므로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게 돼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했다.

국세청은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받고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