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우리가 먹고, 마시고, 탐닉했던 것들
소비의 한국사 / 김동주 외 4인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소비의 한국사>는 밥, 물, 라면, 커피의 순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흰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게 우리의 오랜 소망이었다. 그렇게 해서 통일벼가 나왔는데 결국 외면받아 사라진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한국인은 밥맛에 까다로운 사람들이었다. 아무튼 가족과 함께 흰 쌀밥을 먹고 싶다는 열망이 한 시대를 이끈 동력이었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시는 물의 역사도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대개 생수를 사먹기 시작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1800년 무렵 한성에는 북청군 출신 물장수들이 나타났다. 서울의 상수도는 이권을 챙기려 한 영국인·미국인이 특허권을 따내 1908년에 완성됐다. ‘나는 너보다 더 비싼 생수, 수입 생수를 사 먹는다’는 표현이 익숙해진 시대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라면과 커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강남의 탄생’ 편은 주제가 살짝 달라지는가 했지만 ‘주소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에서 무릎을 치게 된다. 오늘날 아파트는 집이라기보다 중요한 소비재이자 투자처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강남을 욕망하고, 욕망은 나의 힘이 된다. 소비재로서 술이 어떤 이유로 한국인들의 정서적 목마름을 해소해 주고, 현대사와 함께해 왔는지도 살펴본다. 이어서 음악·영화·관광·교통·장난감·도박·마약처럼 기호나 취향에 따라 소비문화가 바뀐 것들을 이야기한다.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등 카지노까지 한국은 도박 권장 국가라고 꼬집는다. 다섯 명의 연구자가 밥과 물에서 시작해 도박과 마약에 탐닉하게 된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소비사회의 한국사적 맥락을 살폈다. 김동주,김재원,박우현,이휘현,주동빈 지음/서해문집/320쪽/2만 1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