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독대 재요청…새로운 과제 떠안은 윤 대통령
'맹탕 만찬' 비판 속 한 대표 "현안 논의 자리 마련해달라"
윤 대통령 또다시 독대 거부할 경우 '불통' 이미지 덧씌워져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지만 의정갈등과 특검법 대응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 '알맹이 없는 회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1시간 30분 가량 만찬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와 첫 별도 만찬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사전에 요청했던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실 참모진을 포함해 30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돼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보다는 단순한 식사 자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날 무렵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님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한 대표는 독대 재요청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의사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 대표에게 즉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하는 방식이나, 언론에 알려진 경위 등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공은 다시 윤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한 대표의 독대를 거절하면 또다시 양측 갈등이 부각되고, '불통'이라는 비판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독대를 받아들일 경우 한 대표가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민감한 문제들 때문에 윤 대통령이 난처해질 수 있다.
한 대표는 독대가 이뤄지면 의정 갈등과 관련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재검토,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꺼집어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섣불리 이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독대 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놓고도 핵심 사안에 대해 뜻을 모으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당 대표가 첨예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담판'을 짓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얽히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단기간 내 성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대해 "얼마 전 입장을 내놓았지 않았느냐. 상황이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만찬 전날인 지난 23일 "한 대표와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면서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여권의 한 축인 한 대표와의 독대를 언제까지나 미룰 수도 없다. 이번 독대 불발의 여파가 조기에 봉합되지 않고 여권 내부 분열로 번질 경우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정 지지율이 함께 하락하는 추세 속에,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더해질 수 있다. 물론 한 대표도 애초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반복된다면 당내 장악력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