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국제대 공개입찰 10차까지 무산…대정부 건의안 준비
최저입찰 320억 원에도 입찰 ‘0’
향후 공개입찰 불투명 ‘첩첩산중’
‘개별 협상’ 통한 임의매각에 사활
공공 지원 위한 대정부 건의안 시동
폐교한 지 1년이 지난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학교 부지·건물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세운 기준에 가까운 금액으로 10차 공개입찰이 진행됐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파산관재인이 임의매각에 나선 가운데, 경남도의회는 대정부 건의안을 준비 중이다.
25일 한국국제대 파산관재인 이수경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9월 9일 옛 한국국제대 부지·교육연구시설 10차 공개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최저입찰금액이 320억 원 수준이었지만 단 1명의 입찰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48, 옛 한국국제대 부지와 교육연구시설 매각 절차가 시작된 건 지난 5월 말이다. 교육부와 파산관재인은 한 달여 동안 1~5차 공개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에 법원 재매각 공고 허가를 받아 다시 6~10차 재매각 절차에 나섰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유찰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비싼 가격 탓이다. 부지·건물 감정평가액은 540억 원이었지만 1차 공개입찰 당시 최저입찰금액은 980억 원에 달했다. 5차까지 일정 비율씩 낮춰가며 입찰을 진행했지만 계속해서 감정평가액을 웃돌았고 결국 최종 유찰됐다.
6차부터는 최저입찰금액이 감정평가액 밑으로 떨어져 입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10차, 320억 원까지 떨어질 때까지도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옛 한국국제대 관계자는 “학교 부지와 기존 기숙사 등 건물 가치는 아직 상당하다. 하지만 건물이 비교적 외진 곳에 있고 산비탈에 있어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여기에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입찰자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병원이나 특수 목적을 가진 기관 등이 그나마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0차까지 공개입찰이 실패함에 따라 옛 한국국제대 매각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일단 차후 공개입찰이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매각 최저금액 기준을 감정평가액의 절반 이상, 즉 270억 원으로 잡았다. 공개입찰을 통한 재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오는 12~13차 정도에는 270억 원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교육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공개입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지·건물 분할 매각 역시 현재로선 어렵다. 주요 건물이 팔리더라도 일부 팔리지 않은 건물이 방치되면 차후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배제됐다.
파산관재인은 어쩔 수 없이 개별 협상을 통한 임의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자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건물은 흉물화된다. 여기에 급여 채권에 대한 지연이자가 연간 2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속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기업·법인·개인 등 3~4곳이 매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수경 파산관재인은 “교육부 권고 상 270억 원 이하로는 매각이 어렵다. 결국 최종 매각가는 그 이상이 돼야 한다. 병원 등 용도로 활용하려는 개인·법인과 접촉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어떡하든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의회는 대정부 건의안을 준비 중이다.
조현신 경남도의원(국민의힘·진주3)에 따르면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서 대학 폐교 부지를 활용하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조 의원은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공공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만들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선다면 대학 건물은 교육연수원이나 각종 교육기관, 단과대학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대정부 건의안 초안은 완성된 상태로, 빠르면 10월 임시회 때 상정된다.
조현신 경남도의원은 “대학 폐교는 단순히 흉물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인구 소멸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우리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또한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