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만찬’에 더 깊어진 윤·한 갈등…재보선 불안감 커진 부산 여권
국정 지지율 바닥인 상황에서 의정갈등 탈출구 찾기도 난망
당정 갈등 장기화에 선거 최대 무기 한동훈 리더십도 약화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도 변수, 당초 ‘낙승’ 기대감 ‘흔들’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지역 여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 원도심 중에서도 보수 지지세가 강한 이 곳에서 패배는 여권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62% 지지율로 손 쉽게 당선된 곳이다. 그러나 야권이 이번 선거의 의미를 ‘2차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중앙발 악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여권 내에서는 “당초 ‘낙승’을 예상했지만, ‘신승’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당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발등의 불인 의정 갈등이 좀체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날 기대를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 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부산 여권 핵심 인사는 25일 “이번 만찬에서 당정이 화합하는 모습으로 선거 분위기를 일신하는 반전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럽다”면서 “국정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당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이번 선거에서 ‘한동훈 효과’도 예전만 못 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지난 11일 보선 지원을 염두에 두고 금정을 방문했을 당시 모인 지지층의 규모나 열기가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던 이전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며 “선거 최대 무기인 한 대표의 인기가 시들해진다면, 이번 선거에서 중앙발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철저하게 ‘지역형’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에 “중앙 이슈는 배제하고 지역 이슈로 선거전을 치르겠다”며 중앙당 개입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정구 최대 현안인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에 대해서도 시당 차원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면 야권은 중앙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연일 ‘정권 심판’ 프레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서동미로시장 방문에 이어 25일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는 정권에 대한 두 번째 심판이다”며 “일을 못하면 야단을 치거나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인 후보 단일화 문제를 중앙당 차원에서 협의키로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