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통역에 전용 점포까지… 외국인 공략 나선 금융권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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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문 여는 특화 영업점
국내 32곳 중 16곳 하나은행
‘출국 만기보험’ 등 상품 다채
“내국인과 달리 점포 증가세”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선점하려는 금융권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외국인 고객들이 하나은행 천안역 지점에 내점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선점하려는 금융권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외국인 고객들이 하나은행 천안역 지점에 내점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국내 은행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이 최근 몇년 새 빠르게 늘면서 금융권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26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체류자를 선점하기 위해 전용 상품부터 특화 점포까지 내놓는 등 고객 유치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외국인 고객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내 외국인들을 위한 편리한 금융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삶과 생활을 돕고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외국인 고객 특화 점포는 총 32곳인데, 하나은행은 이중 가장 많은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외국인 고객 특화 점포는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특화 점포인 ‘일요영업점’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상태다. 평일에 은행 지점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의 특성에 맞춰 16곳 특화 점포를 모두 일요영업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일요영업점별 일요일 하루 평균 약 300명 이상의 손님이 찾고 있다.

특히 16곳 중 경남 김해지점, 평택외국인센터지점, 안산 원곡동 외국인센터지점은 평일에도 외국인 손님만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창구에서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태국어, 말레이어 등 38개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 고객들이 자국의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처럼 편리한 은행 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체류, 출국 때까지 전 과정에 걸친 금융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급여이체, 해외송금, 적금부터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맞춤형 금융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인천공항에 있는 지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외국인 근로자가 공항에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출국 만기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와 체크카드를 비대면으로 발급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외국인 전용 상품과 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외국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의 경우도 최근 일부 은행 지점에 외국인 고객 전용 창구를 개설한 바 있다.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이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3만 952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80만 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이 빠르게 증가하며 이들의 금융 거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하나은행을 통해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 누적 고객은 8월 말 기준 312만 명을 넘었다. 올해 들어서만 11만 명 이상 늘어났다. 또 다국어 지원 하나은행 모바일 뱅킹 앱 ‘하나-EZ’를 통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도 지난 8월까지 22억 1000만 달러로 2021년(7억 6000만 달러)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저축은행 업권도 최근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전용 상품 출시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외국인대출’은 출시 4개월 만에 취급액 1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OK저축은행, KB저축은행 등도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도입으로 국내 은행의 점포 등은 축소되고 있지만 외국인 전용 점포는 이와 반대 양상에 있다”며 “새로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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