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노하우 담은 비장의 카드, 부산은행 시금고 수성 이변 없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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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운영 경험 바탕으로 한 PT
지역 공헌 실적 내세운 전략으로
3파전서 비교적 여유 있게 수성

지난해 7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방성빈 부산은행장이 시금고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부산은행 제공 지난해 7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방성빈 부산은행장이 시금고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부산은행 제공

지난달 14일 오후 6시. 부산시금고 주금고 입찰에 부산은행을 포함해 국민·기업은행 등 3개 은행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부산은행에 전해졌다. 2000년 이후 24년 만의 경쟁 입찰이었다. 그간 단독 입찰로 금고를 지켜온 부산은행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입찰을 예상했던 시중은행을 포함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주금고 입찰에 나서자 조직 긴장감은 극도로 올라갔다. 은행 단위에서 가장 큰 회의인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시금고는 화두에 올랐다.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기관 영업 담당 부서의 일이 아닌 전체 은행이 함께 시금고 관련 업무에 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지난 24일 전례 없는 경쟁 속에 부산은행의 주금고 수성으로 막을 내린 부산시금고 입찰 결과를 두고 부산은행의 압도적인 지역 공헌 실적과 조직 전체가 시금고 입찰에 사활을 건 데 따른 ‘준비된 수성’이라는 평가가 지역 사회 안팎에서 나온다.

25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은행은 지난해 6월 부산시금고 입찰 업무를 담당할 TF팀을 신설했다. TF팀은 부행장 직속으로 과거 시금고 입찰 업무를 2회 이상 해 본 경험이 있는 직원, 대외 협력 업무에 능통한 직원 등 5명으로 꾸려졌다. TF팀이 구성될 당시 이번 시금고 입찰에 시중은행이 대거 도전장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부산은행 공공금융TF팀 정우열 팀장은 “시금고 입찰 1년 전부터 각계에서 ‘이번에 시금고를 지킬 수 있느냐’는 시선도 있었다”며 “지역 은행의 강점을 부각하고 24년을 지켜온 시금고인 만큼 그동안 잘해왔던 것들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24년 만에 경쟁 입찰 구도가 전개되면서 금고 수성을 위해 부산은행은 ‘비장의 무기’도 준비했다. 24일 PT에서 부산은행은 현재 시에서만 운영 중인 고액 체납자 모바일 전자고지시스템을 부산 16개 구·군으로 확대하고 각 구·군의 무인 수납기 전면 교체를 공약했다. 시금고 업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입찰 제안서와 PT에서는 부산에 특화해 그동안 만든 각종 행정 전산 시스템들도 강조됐다. 시금고 업무의 핵심은 은행의 전산시스템과 시의 행정 시스템의 호환성이다. 또한 은행의 가치의 78%가 지역에서 창출되고, 중소기업 대출 35조 원 중 74.3%인 25조 5000억 원이 부산지역 기업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지역 실적도 소개됐다. 이변은 없었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자금력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친화 공약에 접전을 예상했지만, 시에서는 ‘생각보다 점수 차이가 나는 평가였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번 부산시금고 입찰은 시중은행과 지역은행의 첫 대결로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선정 결과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의 공세를 ‘지역 기여’라는 메시지로 지역 은행이 막아낸 결과는 다른 지자체 금고 입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입찰을 진행한 광주시금고 입찰은 주금고의 경우 광주은행과 국민은행의 2파전, 부금고는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4파전으로 치러진다.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부산시 주금고 관리 은행으로서 책임의 무게를 느낀다”며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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