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비하 작품, 교재로 쓰려다 ‘뭇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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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 초등생 교재
‘조선은 미개’ 표현 담긴 그림
반발 일자 다른 작품으로 교체
“역사 교육 기관이 신중치 못해”

부산 중구 소재 부산근현대역사관 전경.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부산 중구 소재 부산근현대역사관 전경.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조선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일본인 작품으로 초등학생 대상 역사 교육을 진행하기로 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작품을 변경하기로 결정했지만,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역사관 측이 작품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 시내 초등학교 1~3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프로그램 ‘찾아가는 역사관:나는야 개항장 부산의 화가’를 운영한다고 최근 밝혔다. 교육은 내달 7일부터 12월 6일까지 약 2개월간 총 40회에 걸쳐 실시된다.

문제는 역사관 측이 교육 시간에 사용하기로 한 색칠 교재에 삽입된 그림에서 불거졌다. 역사관은 개항 당시 부산항의 모습이 담긴 풍속화 ‘일본거류지시대 조선견문도해’를 선정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은 일본인이 조선과 조선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어서 비판이 나왔다.

주로 개항기 일본전관거류지 주변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의 생활상 묘사와 더불어 그림엔 순사와 관리, 농부, 하층 노동자, 상인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중 논란의 중심이 된 부분은 그림 옆에 적힌 문구였다. 문구 일부분엔 ‘조선인이 비능률적이고 비위생적인 생활을 한다’는 설명이 담겼다. 특히 ‘조선은 미개한 나라이며 조선인은 무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란 표현이 있어 당시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극도로 부정적이었음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역사관 측은 최초에 조선견문도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구한말 조선의 풍속을 잘 담고 있는 그림이어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근대 시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발이 일자 결국 교재에 삽입할 그림을 1884년 한국인 최초 커피 음용 기록이 담긴 ‘해은일록’으로 변경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 관계자는 “구한말 부산의 모습이 제대로 담긴 풍속화를 찾기가 어려워 해당 작품이 진귀하다고 판단했고, 부산박물관의 대표 유물로 선정돼 있어 저작권 문제 등이 자유로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에 딸린 설명문은 배제하고, 그림만을 가져오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결국 (그림을)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역사관 측이 해당 설명글을 인지하고서도 그림을 사용하려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중구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최근 역사관 논란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데, 역사 교육을 행하는 기관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아 앞으로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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