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대구보다 부산 온열질환자 갑절 많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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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부산 115명·대구 62명
폭염일수 53일로 대구가 많지만
더위에 대한 인식·대비 부족 탓
한낮 건설현장 일하다 숨지기도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 필요한 때

열대야가 지속된 지난달 18일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바닷바람에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열대야가 지속된 지난달 18일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바닷바람에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올해 부산에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보다 온열질환자가 약 2배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대구가 부산보다 더 많았지만 열대야 일수는 부산이 대구를 넘어서, 부산이 더 이상 ‘무더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갑)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발생한 부산의 온열질환자 수는 115명으로 대구의 62명의 약 2배에 달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부산과 대구 각각 1명씩이었다. 이런 경향은 최근 수년간 이어졌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부산의 온열질환자 수가 대구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많았다.

부산과 대구의 인구 차이도 있지만 더위에 대한 인식과 대비 차이로 풀이된다. 대구는 분지 특성상 매년 여름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기도 해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더위로 악명 높다. 실제로 대구의 8월 평균기온은 평년 26.7도로 부산 26.1도에 비해 높다.

지난 7일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907부산기후정의행진' 행사.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7일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907부산기후정의행진' 행사.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은 한여름을 빼고는 더위가 심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해가 갈수록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기후를 보인다.

이날 기준으로 올해 부산의 폭염 일수는 22일로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많았다. 이전에 가장 많이 폭염이 발생한 2018년의 18일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구의 올해 폭염 일수인 53일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부산의 폭염은 이례적이다. 최근 10년 동안 올해와 2018년을 제외하고는 부산에서 폭염으로 기록된 날은 늘 한 자릿수였다.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는 부산이 대구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 올해 부산의 열대야는 총 55일 발생해 대구의 48일보다 많았다. 부산은 올해 열대야로 부산 기상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7월 25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26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나 열대야 최장 지속 기록을 세웠고, 열대야 일수도 역대 1위로 올라섰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사례를 봐도 부산은 더위 대비가 부족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2시 58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공사 현장에서 한낮에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쓰러졌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공사 현장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었다. 한낮 작업을 피하는 등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부울경으로 넓히면 경남의 온열질환자 수 증가가 가팔랐다. 2022년에는 152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왔지만 2023년 226명, 지난달까지 328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3년간 온열질환자 수는 706명으로 경기도 1772명, 전남 711명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았다. 올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경남이 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이 한낮 밭일을 하다 숨진 사례로,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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