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진주대첩 역사공원 17년 만에 준공
27일 진주성 앞 현장에서 준공식
1592년 진주성 전투 의미 되새겨
호국마루 논란 여전…갈등 해소 숙제
경남 진주시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 역사공원이 사업 추진 17년 만에 준공돼 개방됐다. 역사공원은 앞으로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주요 행사장으로 활용되는 등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준공식 당일까지도 지역 곳곳에서 공원지원시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갈등 해소가 과제로 남겨졌다.
28일 진주시에 따르면 27일 오후 진주성 촉석문 앞 외성 터에서 조규일 시장과 백승흥 시의회 의장, 주요 내빈, 시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주대첩 역사공원 준공식이 열렸다. 총사업비 947억 원이 투입된 진주대첩 역사공원은 대지면적 1만 9870㎡·연면적 7081㎡·건축면적 699㎡로, 지하 1층은 주차장, 지상층은 공원지원시설과 역사공원으로 조성됐다.
이날 본행사는 사업 추진 과정이 담긴 영상 상영과 경과보고, 시공사 대표와 감리단 단장에 대한 진주시장 표창 수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또 공원지원시설 명칭 공모에서 ‘진주성 호국마루’를 제출한 당선자의 소감 영상이 마련됐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지역 원로 등 각계각층의 축사도 이어졌다.
조규일 시장은 진주대첩 역사공원의 조성 취지문을 통해 진주대첩 역사공원 터에 대한 역사성과 1592년 10월 왜적에 맞서 싸운 진주성 전투 승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2차 진주성 전투에서 희생된 선열들의 의병 정신을 기리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호국·평등·나눔의 인본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진주 정신을 강조했다.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향후 진주대첩 역사공원이 남가람 문화예술특구 내 진주역사관·남성당교육관·다목적 문화센터 시설과 상호 연계해 진주의 문화 일번지로 조성될 것이란 청사진도 밝혔다.
준공식 이후에는 1592년 10월 1차 진주성 전투를 모티브로 제작된 진주대첩 뮤지컬 ‘촉석산성 아리아’ 공연이 펼쳐져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준공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원지원시설인 ‘진주성 호국마루’에 앉아서 행사를 지켜봤다. ‘진주성 호국마루’는 PC 슬래브 형태의 계단식 지붕으로 400~600명의 관람객이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의 지붕 역할을 하면서 공연 관람석이자 휴식 장소로 이용되는 등 향후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진주성 호국마루’는 승효상 건축가 작품으로, 진주는 김수근 건축가의 ‘국립진주박물관’, 김중업 건축가의 ‘경남문화예술회관’ 등 근대 이후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들의 작품을 품은 도시가 되었다.
조규일 시장은 “남가람 문화예술 특구의 중심인 진주대첩 역사공원은 10월 축제는 물론 평소에도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원도심 활성화로 이어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곳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 터에 새겨진 역사를 기억하며, 앞으로 펼쳐질 진주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준공식이 열린 28일까지도 ‘진주성 호국마루’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다. 진주시의회는 이날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산학협력관에서 ‘진주성 호국마루’ 적절성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도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돼 강진철 진주시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강철기 경상국립대 환경산림과학부 명예교수, 같은 학교 민병익 행정학과 교수, 서지영 진주시 공공건축가가 참가해 각자의 의견을 펼쳤다.
강철기 교수는 이날 “7만 민관군의 국난 극복과 진주 정신으로 이어진 호국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이 관광시설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민병익 교수 역시 “진주대첩광장 조성 사업은 진주성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고 관광산업 활성화와 원도심 재생이란 부수적인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는 전치 현상이 발생했다”며 사업 방향성을 비판했다.
반면, 서지영 건축사는 호국마루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서 건축사는 “김중업이 설계한 경남문화예술회관 역시 준공 당시에 여러 비판에 휩싸였다”며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창조적이고 발전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준공식 현장 바깥에서는 시민단체가 집회를 열고 호국마루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