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좁아진 부산 채용문… 이래선 청년 유출 막을 수 없다
상당수 기업 별도 채용 계획 없어
부산시·기업 일자리 창출 주력하길
부산 기업의 채용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역의 주요 기업 상당수가 소규모 수시 채용에 나서거나 예년에 비해 공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소식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주요 기업 상당수는 하반기 별도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신규 채용 전망 조사’에서도 지난해 말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30.7%에 그친 바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불투명한 경영 환경 탓에 지역 기업은 설비와 인력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현상 유지라도 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역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역 대표은행 BNK부산은행·경남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의 80%대로 줄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성우하이텍은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150명)보다 줄어든 130명 선발로 올해 공채를 마무리 지었다. HJ중공업은 하반기 별도의 신규 채용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전국 3대 철강 기업인 대한제강도 건설 경기의 악화로 인해 하반기 별도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파나시아는 하반기에는 신규 채용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나마 배터리 전문기업 금양이 하반기 250명, 내년에도 300명 가까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어서 가뭄에 단비인 셈이다.
부산 청년 3명 중 1명은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지만, 경제적 이유로 부산을 떠난다고 한다. 수도권으로의 청년 이탈 심화는 지역소멸을 초래한다.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선,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의 암울한 현실이다. ‘청년이 머무르고 몰려드는 도시’를 주창하는 부산시의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1조 9000억 원을 투입하는 청년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청년들이 취업할 직장조차 만들 수 없다면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부산시는 장밋빛 계획만 남발하지 말고, 청년이 취업하고 창업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아들딸이 머무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부산시의 첫 번째 역할이다.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부산 지역 대학 21곳에서 배출한 졸업생 등 청년 인재가 매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 부산시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향토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KDB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과 북항 복합리조트 유치 등 부산 경제의 기폭제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부산의 중견기업도 1명이라도 더 채용해 고용 시장에 숨통을 틔워 주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을 청년과 기업이 모이는 도시로 키우겠다”라는 약속만 되뇌지 말고, 실적과 숫자로 보여주기를 거듭 촉구한다. 지역 청년을 품지 못하는 도시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