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기 고려아연, 부울경도 ‘발등의 불’
울산 온산 3000명 근로자 근무
100여 개 협력체 부산 등 소재
김두겸 시장 등 주식 매입 독려
정치권 ‘고려아연 지키기’ 나서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경제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두고 부울경 지역 사회가 ‘고려아연 주식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영풍·MBK에 맞서 18일 주식 매입을 독려하자, 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가 호응했다.
고려아연 지키기는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은 주력사업지인 울산 온산제련소에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일하며 부울경 지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자 상당수는 인근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거나 생활권을 공유하고, 협력업체 대다수도 부산·경남에 소재한다. 기업의 명운이 사업장 소재지인 울산 뿐만 아니라 부산과 경남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온산제련소 직원 상당수가 울산 뿐만 아니라 경남, 부산에 거주해 생활권을 공유한다”며 “고려아연의 문제는 울산 뿐만 아니라 부울경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여야 정치권도 고려아연 지키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욱·서범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 울산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적대적 M&A 시도를 규탄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인인 최씨 일가를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는 “공익적 요소는 무시하고 오직 주주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대변하는 정글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영풍과 MBK에 대한 의구심도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키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영풍은 자사 석포제련소에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사고 발생 등 경영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국 자본과 관련 있는 MBK도 독보적인 기술이 유출되거나 무리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