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하메네이 턱밑까지 압박… 중동 확전 ‘뇌관’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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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수장 폭사로 전운 고조
이스라엘 “누구든 때릴 수 있다”
이란 등 무장동맹 총력 지원 선언
미국 등 서방 확전 자제 촉구

28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휘부 회의 장소를 공습해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하면서 중동지역 전운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헤즈볼라를 ‘총력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우리는 누구든 때릴 수 있다”고 정면 경고하면서 이란과 추종 세력의 개입에 따른 확전 가능성이 우려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에서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며 그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IDF)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메네이를 향해 “아야톨라 정권에 말한다.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며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언급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F-15I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한 다음 날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28일 발표했고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이란과 그를 중심으로 한 무장동맹 ‘저항의 축’은 일제히 보복을 다짐했다.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과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격화에도 이스라엘과 충돌 시 미국의 개입을 우려해 직접 대응을 꺼리던 이란은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역내 모든 저항군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나스랄라 사망을 발표하면서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하고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다. 이날 오후엔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중부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영토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매체는 일부 미사일 잔해가 예루살렘 인근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확전 조짐에 서방 국가를 위시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자제하고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스랄라 사살이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며 두둔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 가능성에는 “휴전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3주 휴전안’을 제시한 프랑스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지상작전 등 “추가적 불안정과 지역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극적인 갈등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와 독일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등 분쟁 당사자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예멘, 이라크 등에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AFP통신은 이란 국영통신 IRNA를 인용해 전날 금요일 예배 후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시위대가 나스랄라의 초상화와 헤즈볼라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이스라엘 응징’,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일부는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도 불태웠다.

이란 국영TV는 이스파한, 케르만, 쿰, 마슈하드 등 이란 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이스라엘 응징’을 외쳤다.

이라크에서도 바그다드의 주이라크 미국대사관 인근 등 곳곳에서 시위대가 나스랄라 사망에 분노를 표했다.

바레인에서는 수도 마나바 일대에서 수백명이 가자지구 전쟁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과의 국교 단절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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