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예술 도시를 가다] “부산 예술 성장 가능성 크지만, 열악한 시설 아쉬워”
■루카 디니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 회장 인터뷰
지난 5월 부산 찾아 공연 관람
“재능 있는 예술가 많아 큰 기대”
99아트컴퍼니를 축제에 초청
올해 부산을 찾은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 루카 디니(Luca Dini)회장은 한국에 우수한 공연예술 단체가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열악한 극장 시설을 포함해 전반적인 문화 시설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루카 디니 회장은 지난 5월 부산을 찾아 제21회 부산국제연극제 글로벌 프로그램 참가팀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블루댄스씨어터2(8음), 후댄스컴퍼니(4후), 성북동 비둘기(메이드 인 코리아), 99아트컴퍼니(제(祭)_타오르는 삶), 초록소(티핑포인트) 등 5개의 공연단체의 공연을 관람한 후 99아트컴퍼니를 올해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그는 “한국에 작은 독립 예술단체가 많고 모두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술 단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며 “단체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서 다양한 색깔이 살아있는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공연예술 축제가 지역이라는 박스에서 나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그는 부산의 극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디니 회장은 “부산에 있는 극장들은 일부 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매우 작은 소극장”이라며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루카 디니 회장은 예술가들끼리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양한 국가와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가 서로 교류하면 독창성 있는 예술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예술가는 계속 질문하는 사람들이다. 해외의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면서 예술가들은 더 큰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며 “우리는 피렌체에 있지만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피렌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회, 문화, 세계로 뻗어나간다. 다른 나라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부산에 있는 예술가가 던지는 질문과 우리의 질문이 만나면 더 큰 질문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예술 축제를 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공연 예술을 지원하는 게 축제 주최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그가 밝힌 소신이다. 그는 “축제 주최자는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서 파도를 타고 적당한 지점을 찾는 서퍼와 같다”며 “어떤 것이 좋은 축제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기존의 틀을 깨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축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예술가와의 교류를 통해 그들에게 지지를 보낸다”며 “예술가들이 계속 현실에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과 지원을 통해 돌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