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여권, 재보선 위기감 증폭
독대 무산 이후 계파 갈등 고조, 한동훈-추경호 갈등설까지
윤 대통령, 독대 재요청 묵묵부답, 의정 갈등 해법도 ‘따로’
다시 국회 돌아오는 김건희 특검법, 한 대표 부담 가중
부산 금정구청장 보선, 여권 내에서도 “심상치 않다” 우려
‘지지율을 추락하는데, 악재만 이어지고…’. 10·16 재보선을 앞둔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여론은 악화일로지만, 해법을 도출해야 할 당정은 ‘만찬 독대 무산’ 이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조만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당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이렇다 보니 여권의 ‘안전 지대’로 여겨왔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우려마저 날로 커지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가 지난 23∼2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5.8%를 기록했다. 지난 26∼27일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모두 정부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동반 하락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국민의힘은 28%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하긴 했지만, 역시 정부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당정의 저조한 지지율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해법 마련에 같이 머리를 싸매야 할 당정이 오히려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만찬 독대 무산’ 이후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도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독대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명품백 수수 문제를 비롯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최근 불거진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부풀려진 정치적 공세로 보고 있다. 한 대표가 부정적 여론을 이유로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좀체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한 대표의 영향력도 현저히 쇠퇴하는 분위기다. 우선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강하게 추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독대 무산 이후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당 장악력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유튜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판하자 추 원내대표 측이 “해당행위”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는 등 친한-친윤(친윤석열) 갈등이 여당 내 ‘투톱’ 간 불화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당내)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라며 갈등설을 일축했으나, 취임 두 달이 지나도록 당권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냉정한 시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두 특검법이 조만간 다시 국회로 돌아오면서 한 대표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특검법 가결은 당정 관계의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은 이번 재표결에서도 당론 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 한 대표의 재보선 지원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악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보름여 앞둔 재보선에 대한 여권 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초 단체장을 뽑는 4곳 중 여권 지지세가 강한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군 선거 결과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최근 국민의힘 내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금정에서 단일 후보를 낼 경우,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조속히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든지, 지역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든지,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