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난타당하는데 이란 ‘빈 주먹’만
이스라엘, 30일 후티까지 공습
‘중동 맹주’ 이란 발언권 추락
강경파 보복 주장 비등하지만
경제제재 상황이라 전면전 부담
미국 “군사 대응 못할 것” 장담
이스라엘의 친이란 무장세력 토벌에 이란이 점점 곤궁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과감한 군사 행동에 중동질서가 재편되는 조짐이지만 이란은 진퇴양난에 꺼내들 카드가 없어 속만 태우는 형국이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과 이란 대리세력의 분쟁은 이스라엘의 압도적 승리 행진으로 요약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1년 전쟁 끝에 빈사 상태에 빠뜨렸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는 데 성공했다.
정보력과 첨단무기 과시는 무려 1700㎞ 떨어진 예멘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를 폭격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을 결단낼 수 있다는 군사적 우위를 짐짓 강조하는 행보였다.
이란은 수십년간 역내에 구축해온 군사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약화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나스랄라 피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란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현재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보복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촉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선을 이란으로까지 옮겨오기 전에 얼른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온건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민 미끼를 물어 전쟁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으면 체제 존립마저 위협받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음모를 거론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재진에는 “이스라엘이 무기를 내려놓으면 우리도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란의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해법을 내릴 수 없는 처지로 관측된다.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보복을 떠맡긴 것 역시 이란이 처한 궁지가 잘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에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국제정치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WSJ에 “이란 정부 내 분위기는 내내 이스라엘의 미끼를 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우위, 미국의 정치적 공백, 지중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때문에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을 하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