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 밸류업 지수, ‘고무줄 잣대’에 논란만 키워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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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투자자, 선정 기준에 갸우뚱
대표성·수익성·주주 환원 등 모호
PBR·배당수익률도 변별력 상실
되레 편입 실패 기업 주목 여론도
거래소, 부랴부랴 “종목 변경 검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선정 기준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밸류업 공시 등에 적극 참여한 기업이 제외되고 배당수익률 등의 기준이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관련 긴급브리핑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선정 기준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밸류업 공시 등에 적극 참여한 기업이 제외되고 배당수익률 등의 기준이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관련 긴급브리핑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가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장의 혹평 속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수 편입 기업을 공개하고 지수가 운영을 시작했지만 선정 기준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부터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1초 단위로 실시간 지수를 산출한다. 밸류업 지수의 시작 기준점은 올해 1월 2일을 1000포인트(P)로 산정했다. 이날 밸류업 지수는 1023P로 출발해 2.36%P 하락한 996.62P에 마치며 기준점을 하회했다.

지난달 24일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100개 종목을 포함한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이 하반기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수에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이 빠지고, 밸류업 공시가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이 대거 편입되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서 가장 먼저 꼽는 문제점은 ‘밸류업 모범생’들의 대거 탈락이다. 증권가는 일찍이 밸류업 지수 편입 1순위 종목으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를 지목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보폭을 맞춰 자사주 매입·소각, 분기 배당 도입,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 발표 등 다양한 주주환원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제외되고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나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SM엔터, 두산밥캣 등이 편입됐다. 또한 삼성전자를 포함해 우량주가 대거 자리하면서 코스피200 등 기존의 국내 지수와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소가 지표로 삼은 기업의 저평가 척도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도 시장의 납득을 받지 못하고 있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인데,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청산 가치 미만이란 뜻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고평가되었다는 의미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100종목의 PBR은 2.6배다. 기존에 있던 지수인 코스피200의 PBR(2배)보다도 높아 ‘저평가 우량주’를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느냐는 부분에서 시장은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평균 배당 수익률이 0.1%인 기업과 5%인 기업이 모두 합격하고, 자사주 소각도 실시했는지 안 했는지만 따지고 규모는 보지 않는 바람에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한 상장사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역발상 의견까지 나온다.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한 기업들이 향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30일 KB증권은 ‘밸류업 미편입 금융주, 주가 하락은 기회’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밸류업 편입 실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만인 지난달 2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내 조기 종목 변경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진화에 나섰다. 거래소 양태영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시장과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추이를 보면서 올해 구성 종목을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하는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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