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MBK, 고려아연 약속에도 신뢰도 하락
해외 유출 없다는 단언에도 갸웃
과거 사례에서 약속 미이행한 탓
최근 주식 공개매수 가격도 올려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다.”
지난달 27일 영풍 강성두 사장은 고려아연 해외 유출과 구조조정 가능성에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호언장담과 달리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손잡은 파트너가 하필 MBK파트너스(이하 MBK)이기 때문에 온산재련소가 위치한 울산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사회의 우려가 크다.
과거 MBK가 굵직한 국내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제시한 약속을 정작 경영권 확보 후에는 지키지 않은 탓이다. 시장에서도 ‘말바꾸기’ 전력이 있는 MBK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MBK는 지난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과정에서 10년 이상 보유하며 회사를 장기적으로 경영하겠다고 구두 약속했다. 또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 6개월 만에 조직쇄신이라는 명분 하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회사를 떠나고 일반 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더 심각한 사례다. 2015년 약 7조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인위적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 2만 5000여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 명으로 줄었다. 그사이 부산 서면, 연산점 등 21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 역시 MBK 인수 후 브라질산 닭고기 사용, 과도한 배당, 가맹점 상대 갑질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bhc는 MBK가 투자에 참여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5000억 원 가량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bhc의 영업이익(5840억 원)의 80.4%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사이 2022년 가맹점 튀김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 올리는 등 원부자재 가격을 인상하고, 지난해 말에는 85개 제품 가격 역시 500~3000원 올려 소비자와 가맹점주 부담이 커졌다.
이같은 ‘오락가락’ 행보는 고려아연에 대한 약속 역시 의심하게 만든다. 최근에도 주식 공개매수 가격 상향은 없다고 장담했지만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올리며 말을 바꿨다. 심지어 MBK가 운영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은 상당수가 중국계 기업과 자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핵심 기간산업의 중국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글로벌 공급망 분쟁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은 이번 갈등을 소개하며 “분쟁의 중심에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와 회사의 독자적 기술이 있다. 이는 중국과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희망에 있어 보석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