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대형 기관이 지역 협동조합 업체 이용했더니 도시에 생기가…”
영국 프레스턴 슬럼 탈출 비법
지역 자금 유입률 제고가 핵심
맨체스터에서 북서쪽으로 30km 가량 떨어진 프레스턴은 도시 회복력에 대한 또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이곳 역시 1970~80년대 탈산업화의 직격탄을 맞아 도심 지역은 황폐화됐고, 중산층은 잇따라 교외로 빠져나갔다. 영국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도시로 꼽히던 프레스턴은 2018년 영국 최대 회계법인 PwC가 ‘영국에서 가장 극적으로 살아난 도시’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런던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이 도시의 모범적인 경제 회생 사례는 ‘프레스턴 모델’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프레스턴 지역경제전략센터(CLES)의 시스튜어트 맥도날드 운영이사는 “슬럼화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지역에 돈이 유입되도록 하고 이 돈이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면서 작은 업체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구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대학과 병원 같은 덩치 큰 기관이었는데, 지출 규모는 크지만 대부분 외부 업체로 이익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시의회와 CLES는 ‘프레스턴 협동조합 개발 네트워크’를 만들어 돌파구를 찾았다. 시 정부는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 역할을 하고, 지역 혁신가들은 지역경제전략센터와 힘을 합해 대형 기관들의 지출이 지역으로 흘러오도록 했다.
시의회와 CLES는 공공주택관리청, 센트럴랭커스터대학, 경찰서, 종합병원 등 6개의 기관들과 협약을 맺어 프레스턴에 기반을 둔 농업, 인쇄, 건설,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도록 했다. 모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었다.
맥도날드 이사는 “5%에 머물던 지역 자금 유입율이 2017년 18%까지 올라갔고, 증가액은 무려 7500만 파운드에 달했다”며 “지역 안에 자본이 순환하면서 만들어진 부는 특화된 금융 조직인 ‘마을은행’에 쌓였다”고 설명했다. 마을은행인 에이번상호신용금고(Avon Mutual)는 ‘지역·사람·사회·자연’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여기에 기여하는 업체는 일반 금융기관과는 다른 조건의 대출을 제공한다. 결국 자본과 물자가 도시 내에서 순환되도록 지방정부와 지역민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프레스턴 모델이 새로운 도시 회복력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