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화성 운석과 엑스포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화성에서의 생명활동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조사했는데, 해당 운석에서 고대 미생물의 흔적, 정확히는 유기 분자를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발표인지라 세상은 놀라고 흥분했다. 화성이 제2의 지구, 즉 사람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 것이다.
화성 운석은 화성에 소행성 등이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온 뒤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다. 화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터인데, 지금까지 390여 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중 특히 유명한 게 일본 극지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는 운석이다. 2000년 일본의 남극 기지 인근에서 발견됐는데, 화성 운석 중 가장 크다. 축구공 크기에 무게가 13kg이다. 거기다 이 운석에서 물과 반응해 생기는 광물이 확인됐다.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단서가 나온 것이다.
이 운석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내년 4월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월드엑스포’(이하 오사카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선보인다. 일본 정부가 최근 전시를 전격 결정한 덕분이다. 오사카 엑스포는 1970년에도 열렸는데, 그때 우주 탐사선 아폴로 12호가 1969년 달에서 가져온 암석이 전시돼 화제가 됐었다. 이번 화성 운석 전시는 거기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화성의 비밀을 간직한 운석을 직접 보게 됐으니 반가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다. 오사카 엑스포는 현 상태라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예상치 못한 돈이 엄청나게 더 들어간다. 당초 1조 1700억 원 정도로 잡았던 개최 비용이 지금은 2조 2100억 원으로도 모자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1조 원 가까운 수입을 기대했던 입장권 판매는 목표치의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러시아 등 불참을 통보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셈인데, 이 때문에 국내 여론도 악화하면서 행사 취소 목소리가 커지는 형편이다.
화성 운석 전시는 그런 분위기에 반전을 주자는 의도에서 나온 결정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 오죽했으면 그런 궁여지책을 내놓았을까 생각하니 몹시도 안쓰럽다. 지금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고민하는 모양인데, 오사카 엑스포의 화성 운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