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범죄·흉기 난동 예고 잇따라… 시민 불안 가중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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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서 30대가 10대 살해
제주 버스 정류장 흉기 사건 등
무차별 폭행에 테러 예고 빈번
부산도 1년간 7건 예고 올라와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마련된 순천 여고생 피습사건의 피해자 분향소. 연합뉴스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마련된 순천 여고생 피습사건의 피해자 분향소. 연합뉴스

최근 순천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잇단 ‘묻지 마(이상동기) 범죄’에 시민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살인 예고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범죄 위협과 공포가 일상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 도심에서 30대 남성 A 씨가 길을 가던 10대 여성 B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0시 44분 순천시 조례동 시가지 거리에서 B 양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습으로 복부와 가슴 등에 중상을 입은 B 양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지난달 28일 제주시에서도 10대 남성이 일면식 없던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제주시 아라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1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둘은 같은 버스를 탔는데, 남성은 여성이 목적지에서 내리자 뒤따라내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얼굴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잇단 이상동기 범죄에 전국적으로 공분과 불안이 확산한다. 흉기 난동과 무차별 폭행 사건이 나면 이를 모방한 살인·테러 예고 글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0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 오전 대치동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범행이 예고된 지역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검거 여부를 살피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24일 강원대학교 축제 기간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강원대 한 학생의 SNS에 올라와 경찰이 나섰다.

일상에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무차별 폭행 사건이나 살해 위협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순천 여고생 피습 사건 이후 부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갈수록 사이코패스가 늘어나는 것 같다” “형벌을 강화해야 범죄가 줄어들 것 같다. 나다니기가 무섭다” “이제 거리 다닐 때도 사방을 경계하면서 다녀야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각종 무차별 폭행 사건에 이어 살인 예고 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온라인에는 살인 예고 정보를 공개하는 민간 플랫폼도 등장했다. 시민들이 스스로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민간에서 자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웹 서비스 업체 ‘01ab’이 창설한 ‘테러레스’ 사이트에는 살해와 테러가 예고된 장소와 피의자 검거 여부 등이 공지된다. 언론 보도와 제보를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집계한 테러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1일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무려 176건의 살해 예고 글이 올라왔다. 부산 지역은 부산진구 서면역 2곳, 연제구 부산시청 1곳, 동래구 사직야구장 1곳 등 총 7곳의 살해 예고 글이 올라왔다.

01ab는 해당 사이트 출시 취지에 대해 “신림역 칼부림 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인터넷에는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며 “무책임한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덜어주려고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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