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 항만 47년 만의 파업, 해상운임 '급등' 우려
1977년 이후 첫 전면 파업 나서
우회 운송 따라 운임 재상승 우려
최근 6주 연속 하락 추세에 ‘찬물’
이스라엘-레바논 간 긴장도 고조
미국 동부·걸프 연안 항만에서 대규모 파업이 예고돼 글로벌 물류 혼란이 예상된다.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군사적 충돌도 장기화해 안정세에 들어간 해상운임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지난달 30일 ‘미 동부 항만 노사협상 등 주요 현안 긴급 분석’ 특집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 동부 항만 파업이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사·분석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 동부와 걸프 연안 부두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임금 77%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파업에 돌입한다. 동부 항만 노조 전면 파업은 197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동부 항만이 처리하고 있어, 노조 파업으로 운영이 중단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피해는 상당할 전망이다.
JP모건은 파업 시 미 경제에 하루 최대 50억 달러(6조 6000억 원)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했다. ILA는 미 동부 일대 항만 근로자 8만 5000명이 가입한 노조로, ILA이 관리하는 미국 동부 항만은 14개에 달한다.
해진공 특집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 항만의 운영 중단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화주들은 미 서부, 중남미, 캐나다 등 우회 항로나 내륙 운송, 항공 운송을 이용해야 해 물류비용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주변 항만 혼잡이 가속화되며 물류 처리 기간도 늘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대형 소매업체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필요한 상품을 일찍 확보하고, 항만 운영 중단에 대비해서 철도 운송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보고서는 “미 동부 항만 파업은 컨테이너선 실질 공급 감소 효과를 일으켜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항만 전반에 하역 차질, 항만 혼잡, 물류 처리 기간 증가, 항로 우회, 물류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지고, 사태 장기화 시 컨테이너 장비 부족 등의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 지난 8월 23일부터 6주 연속 하락해 지난주 기준 2135.08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중동 정세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줄고 컨테이너선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동부 항만 파업,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 등 변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해상운임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미 동부 파업은 정부의 협상 개입 여부도 불투명하다. 미국 대통령은 태프트-하틀리 법에 따라 강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나, 다음 달 초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전략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미 동부 항만 노사협상 당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중재에 나서 협상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동부 항만 파업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 처리에 일주일 정도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로 인해 밀린 물량을 소화하려면 1개월가량은 소요된다는 것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