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무료’ 다시 꺼내든 빗썸, 지각변동 예고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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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점유율 확대 경험
중장기적 실적 반등 기대
업비트 추월 가능성 주목
업계, 양강체제에 한숨만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1일부터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잠정 시행한다.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1일부터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잠정 시행한다.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누렸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불장 예감에 올해 다시 ‘수수료 무료’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비트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다.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상자산업계는 빗썸과 업비트의 양강 체제에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2회째로 이날부터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한다. 빗썸 원화마켓과 비트코인(BTC) 마켓에 상장된 모든 가상자산의 거래 수수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수수료 무료 기간은 별도 공지 시점까지 잠정 무기한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약 4달간 진행했다. 다만 사전 등록을 마친 이용자만 거래 수수료가 제외된다. 등록하지 못한 고객은 기존과 동일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사전 등록 기간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였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실적은 거래 수수료에 따라 좌우된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가 거래소를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만 가능하다. 개인투자자의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지난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했던 당시 빗썸은 반토막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빗썸 매출은 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이는 2022년 1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매출이다.

그럼에도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꺼낸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수료 무료 기간 충성고객을 확보한 빗썸은 지난 2월부터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하자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빗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82억 원, 621억 원을 달성했다. 2분기에도 매출액은 10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3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번 수수료 전면 무료 이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부터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가상자산 시장의 강세장이 예고되자, 업황 회복을 노리고 시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 이후 비트코인은 7000만 원대에서 8000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가상자산 성장을 공약하자 비트코인은 8600만 원까지 뛰었다.

가상자산업계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봤던 빗썸이 업계 1위 업비트를 추격하기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다. 빗썸 관계자는 “지난해 한 자릿수였던 시장 점유율이 수수료 무료 정책 이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0% 후반대로 시장을 독식했던 업비트는 현재 60%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업비트를 비롯해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수수료 무료 정책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업비트와 달리 이들 세 거래소의 속사정은 다르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재정 악화로 인해 출혈이 큰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그림의 떡’이란 전언이다.

결국 빗썸과 업비트의 ‘2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빗썸과 업비트를 제외하고 이날 거래소별 시장 점유율은 △코인원 1.7% △코빗 0.5% △고팍스 0.14%다. 사실상 시장을 독식 중인 빗썸과 업비트 간 점유율 전쟁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여유 재원이 충분한 빗썸과 다르게 다른 거래소들은 수수료를 무료화하면 모든 재원을 끌어다 써야 한다”며 “거래소 간 차별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내세워야 하는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코인 상장도 깐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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